“좋건 싫건 나라의 큰 행사” 시민들 불편 참고 힘 모았다
○ 최소 통제로 최대 효과
역대 G20 정상회의들과 달리 이번 서울 정상회의장은 도심 한복판인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 위치해 경호 경비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코엑스는 주중 유동인구만 10만 명에 이르는 도심 대표 상권 가운데 하나. 회의의 ‘안전 개최’를 위해선 시민 및 상인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무엇보다 필요한 상황이었다.
가장 큰 난관은 교통 문제였다.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면서도 회의 경호 및 도로 혼잡 방지에 만전을 기해야 했기 때문. 정부는 교통통제 시간을 최소화하면서 시민들의 자율적인 협조를 기대하는 방향으로 대책을 세웠다. 승용차 2부제는 강제가 아닌 자율 실시였고 회의장과 지하로 연결된 지하철 2호선 삼성역은 회의 당일인 12일 0시부터 오후 5시까지만 무정차 통과했다. 2008년 미국 워싱턴 회의 때 이틀 전부터 회의장 주변을 봉쇄하고 지난해 영국 런던 회의 때 주변 지하철역 3곳을 무정차 통과했던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평소 삼성역에 내려 출근하던 시민들은 이날 하루 불편을 감수하고 각각 1km(도보 21분) 이상 떨어진 2호선 선릉역이나 7호선 청담역에서 내렸다.
넓은 회의장을 누빈 시민 자원봉사자들도 G20 성공개최의 숨은 주역이다. 서울시 자원봉사자로 활약한 이종만 씨(65)는 “중학교 교장으로 정년퇴직한 뒤 의미 있는 노후생활을 하고 싶어 G20 정상회의 자원봉사 업무를 자원했다”며 “외국인들에게 서울의 구석구석을 안내할 수 있어서 보람 있었다”고 말했다.
○ 정부 정책, 시민의식과 발맞춰야
정부의 G20 정상회의 홍보 전략이 ‘국격 고양’ 등 큰 그림에만 치중돼 현실적인 국민 생활과 다소 동떨어진 측면이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시민은 “솔직히 G20이 어떤 경로를 거쳐 가족과 직장 등에 영향을 미치는지 감을 잡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행사의 원동력이 된 시민의식을 고양시키려면 정부의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임현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인들은 대외적인 큰 행사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이런 시민의식을 여러 분야로 이끌 수 있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G20 대응 민중행동 공동운영위원장을 지낸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자발적인 승용차 2부제 참여와 물리적 충돌 없는 집회문화 등은 성숙해진 우리 사회의 시민의식을 보여줬다”며 “다만 정부가 개발도상국 출신 시민사회 활동가 10여 명의 입국을 거부한 것은 G20 의장국답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