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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환 개인전 ‘소인가… 부처인가… 긴 사색, 짧은 깨달음’

입력 | 2010-11-16 03:00:00

12월 31일까지 서울 종로구 소격동 학고재갤러리 02-720-1524




장환의 ‘갑작스러운 깨달음’. 두상을 뒤덮은 재, 은은하게 퍼져가는 향이 관객을 깊은 사유의 세계로 이끈다. 사진 제공 학고재


전시실에서 만나는 첫 작품이 범상치가 않다. 소인가, 부처인가. 잔인함인가, 예술인가. 잠시 머뭇거리다 보면 어느새 깊은 사색으로 빨려든다. 육체는 무엇이고, 죽음과 종교는 무엇인가.

중국 작가 장환(張洹·45). 그가 한국에서 첫 개인전을 연다. 아방가르드 작가에서 2005년 이후의 변신을 만날 수 있다. 그 변화는 중국의 전통, 정신적인 세계에 대한 관심이다. 이번 개인전 출품작은 웨민쥔이나 장샤오강 등 그동안 보아온 중국 대표 작가들의 작품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일곱 점만 전시하고 있지만 작품의 무게는 육중하다. 불교 의식의 잔해인 재, 중국의 대표적 상징물인 판다,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오래된 문과 쇠가죽 등을 이용한다. 그 소재나 뫼프 자체가 일상적이고 중국적이다.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오랜 기억을 하나둘 끌어내도록 한다.

처음 만나는 작품은 쇠가죽을 이용한 ‘부처 얼굴’. 커다란 소 한 마리를 잡아 그 가죽을 통째로 이용해 만들었다. 평소에도 인간을 위해 희생하는 소인데 인간의 예술을 위해 또다시 도살당했다. 그 쇠가죽이 부처의 얼굴로 환생한 것이다. 죽어서 부처가 된 소의 일생이 우리네 일상을 되돌아보게 한다.

재를 이용해 완성한 ‘갑작스러운 깨달음’도 철학적이고 사유적이다. 장환은 재를 이용해 가슴, 해골, 사람 또는 부처의 두상을 입체작품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이 작품은 철제 두상에 재를 입힌 모습이다. 재는 소멸이며 출발이다. 윤회와 같은 종교적 분위기가 흠뻑 담겨 있다. 두 눈은 지그시 내리감았고 입 부분에서 위와 아래가 단절된 듯하다. 여기에 재와 향이 아우러져 묘한 사색으로 빠져들게 한다. 첫눈에 반하는 작품. 그래서 깨달음이 갑작스럽게 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한동안 발을 뗄 수가 없다.

최근 판에 박혔던 중국 미술에서 벗어나 새로운 분위기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이 전시의 또 다른 매력이다.

이광표 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