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자는 당장, 채소는 나중에 배달해 달라”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가 즉각적인 즐거움을 주는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익을 주는지에 따라 소비 행태가 크게 달라진다. 사람들은 좀 더 큰 수익을 얻기 위해 기다리기보다는 적은 수익을 당장 손에 쥐는 쪽을 택하는 경향이 있다. DBR 그래픽
#2. 미국의 대형 레스토랑인 애플비(Applebee's)는 건강하고 칼로리가 낮은 음식을 메뉴판에 추가해 달라는 고객들의 요청이 잇따르자 메뉴를 일부 개편했다. 하지만 정작 저녁을 먹으러 와서 그런 음식을 주문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고객들은 앞으로 몸에 좋은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식당에 이렇게 요청을 했지만, 막상 음식을 주문하는 순간에는 먹고 싶어 했던 기름진 음식을 주문했다. 결국 이 식당은 고객들이 사 먹지도 않을 식재료를 주문하느라 손해를 봤다.
이처럼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가 즉각적인 즐거움을 주는지, 아니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익을 주는지에 따라 소비 행태가 크게 달라진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경영대학원의 온라인 웹진 ‘날리지@와튼’은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이런 성향을 잘 활용하면 추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 69호(11월 15일자)에 실린 와튼경영대학원 교수들의 연구 결과를 간추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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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 심리 알아야하는 이유
캐서린 밀크먼 와튼경영대학원 교수 연구팀은 온라인에서 식료품을 구매할 때 소비자들이 배달 시간을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는 점에 착안해 온라인 식료품 구매 방식에 대한 연구에 착수했다. 연구 결과 소비자들은 배송 일자를 설정할 수 있는 온라인 식료품 매장에서 주문할 때 스낵이나 디저트류처럼 ‘먹고 싶은 음식’은 당장 배달받기를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야채처럼 몸에 좋기 때문에 ‘먹어야 하는 음식’은 며칠 후에나 배달받으려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연구진은 이런 내용을 담은 ‘아이스크림은 곧장, 채소는 나중에: 온라인 식료품 구매 및 주문 리드 타임에 대한 연구’라는 제목의 논문을 마케팅 학술지인 ‘마케팅 레터스(Marketing Letters)’에 소개했다.
연구진은 어떤 식품이 먹고 싶은 품목인지, 아니면 몸에 좋기 때문에 먹어야 하는 음식인지를 구분하기 위해 소비자 154명이 117개 종류의 식품을 평가하게 했다. 예상대로 초콜릿과 간식류 과자 등 고칼로리 식품은 ‘원하는 음식’으로 분류됐다. 신선한 과일 채소 해산물 등은 ‘필수적인 음식’에 포함됐다.
○ 간식거리가 계산대 옆에 진열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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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같은 소비자라도 배송 시간을 더 빠르게 할 때 지출 금액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배송 시간이 짧을 때 소비자는 충동적인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비슷한 이유로 주문에서 배송까지 이틀이 걸리는 경우와 닷새가 걸리는 경우를 비교했을 때 배송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원하는 음식의 비중은 줄어드는 반면 필수적인 음식의 비중이 꾸준히 증가했다. 온라인상에서 식료품의 주문일과 배송일이 크게 차이가 날수록 해당 소비자가 지출한 전체 금액이 줄었다. 필수적인 음식이 차지하는 비중도 커졌다.
대형 마트는 소비자들의 이런 경향을 잘 활용하고 있다. 오프라인 식료품점을 방문할 때 매장에 들어서면 먼저 채소가 눈에 들어오며 간식거리는 계산대 주변에 진열되어 있다. 소비자들이 구매를 하는 시점에서 멀수록 건강에 도움을 주는 필수적인 음식에 관심을 많이 가지지만, 정작 계산대 앞에서는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 원하는 식품에 관심을 보인다는 사실을 가게 주인들은 이미 간파하고 있다.
○ 비즈니스 현장과 학교 등에서의 활용법
이처럼 사람들은 좀 더 큰 수익을 얻기 위해 기다리기보다는 적은 수익을 당장 손에 쥐는 쪽을 택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결정으로 인한 결과가 먼 미래가 아니라 단기간 내에 실현될 때 사람들은 좀 더 충동적으로 행동한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내일 당장 봉사활동을 하는 쪽보다는 2주 후에 자선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쪽을 선택한다. 또 유권자들은 실행이 어렵지만 반드시 실행되어야 하는 정책을 당장이 아니라 미래에 실행하겠다고 외치는 후보를 더 적극적으로 지지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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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구내식당이나 학교 카페테리아에서도 마찬가지로 응용될 수 있다. 기업이나 학교는 구성원들이 식당에서 바로 메뉴를 선택하게 하지 않고, 식사를 하기 한 주 전에 미리 식단을 주문하도록 요청해 이들이 건강한 음식을 섭취하도록 장려할 수 있다. 사전에 건강에 좋은 선택을 하도록 유도한 뒤 이 선택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게 하면 조직원들에게 건강한 식습관을 심어줄 수 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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