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뉴얼 플라자호텔 가보니
① 이탈리아 유명 디자이너 귀도 치옴피 씨의 손길로 환골탈태한 감각적 디자인의 ‘더 라운지’. ② 서울시청 앞 광장이 내려다보이는 일식당 ‘무라사키’. ③ 도심 속 전망을 극대화한 이그제큐티브 룸.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서울 중구 태평로 플라자호텔이 싹 바뀌었다. 호텔 측이 “기둥만 빼고 다 바꿨다”고 할 정도다.
올해 5월부터 750억 원을 들여 리노베이션을 한 플라자호텔은 1일 예상보다 ‘조용하게’ 재개관했다. 이 호텔 주인인 한화그룹이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재계 분석이다.
플라자호텔은 과거 ‘서울프라자호텔’에서 이번에 ‘플라자호텔’로 이름이 바뀌었다. 새 영문 이름은 ‘더 플라자(The Plaza)’다. 기자가 방문한 2일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이 호텔 일식당 ‘무라사키’(예전 이름은 ‘고토부키’)에 점심을 먹으러 온 모습이 보였다. 이렇듯 서울시청 앞 광장(플라자)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플라자호텔은 예나 지금이나 국내 정재계 인사들이 즐겨 찾는 만남의 장소다. 1976년 개관해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리노베이션했던 플라자호텔은 올해에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6개월간 문을 닫고 호텔을 다 뜯어 고쳤다. 서울의 얼굴, 한화의 얼굴 격인 플라자호텔. 어떻게 바뀌었을까.
○ 객실과 식당
딜럭스 더블 룸(30m²)에 들어섰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창문을 향해 침대를 중앙에 배치한 과감한 디자인이었다. 양쪽 벽에 대칭으로 원형 거울을 달아 원 속에 원이 반복되는 환상적 효과도 냈다. 핑크색 벽지와 빨간색 스탠드도 감각적으로 매치했다.
플라자호텔은 이번 리노베이션을 하면서 타깃 고객을 ‘스타일리시 비즈니스 여행자’와 ‘럭셔리 여행자’로 명확히 규정했다. 치옴피 씨는 “오래된 교회 등이 도시의 상징적 역할을 맡는 유럽과 달리 거대한 빌딩 숲의 서울에선 호텔이 도심의 중심 역할을 하는 것 같다”며 “1970년대 지어진 호텔이라 객실 크기가 작아 대신 도심 전망을 극대화했다”고 말했다.
○ 업그레이드된 직원들
플라자호텔은 매장 음악과 유니폼도 바뀌었다. 기존에 검은색 정장과 겨자 색 블라우스를 입던 유니폼은 회색 정장에 아이보리 색 또는 보라색 블라우스, 스카프 차림으로 바뀌었다. 목에 작은 스카프를 맨 모양새는 대한항공 승무원 스타일과 비슷했다. 1층 ‘더 라운지’의 여직원 화장법은 눈매를 강조하는 스모키 화장이라 한껏 트렌디한 분위기였다.
플라자호텔의 직원 600여 명은 6개월간의 리노베이션 기간 동안 월급의 70%를 받는 유급 휴직을 했다. 현장직 500여 명은 약 4개월을, 사무직 100여 명은 1∼2개월을 쉬면서 해외 연수 또는 배낭여행을 하거나 각종 자격증을 땄다고 한다. 사케 소믈리에, 다예 전문가, 바리스타 자격증 소지자가 수두룩하게 배출됐다. 34년 역사의 플라자호텔은 그 어느 때보다 요즘 분위기가 젊고 밝아져 “직원들도 리노베이션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