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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준 칼럼]서울의 G20과 평양의 金 父子

입력 | 2010-11-11 03:00:00


이 아침에 자랑스러움과 부끄러움이 겹친다.

오늘 대한민국은 지구 차원의 행사 삼관왕이 된다. 88 서울 올림픽, 2002 한일 월드컵, 그리고 G20 서울 정상회의다.

코리아 성취의 증거 ‘이명박 의장’

88 올림픽은 빌어먹던 나라 코리아가 산업화와 민주화의 성공을 세계에 공인받고 자축하는 축제였다. 35년 망국민(亡國民)이 이렇게 부활한 것은 유례가 없는 눈물과 땀의 기적이다. 축구가 꼭 국력의 상징은 아니고, 그것도 반쪽 월드컵이었지만 그때 우리는 목줄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치며 하나가 됐다.

이번에는 세계 총생산의 85%를 차지하는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서울에 모였고, 그 의장석에 이명박 대통령이 앉았다. 한국은 미국, 영국, 미국, 캐나다에 이어 5번째 G20 정상회의 주최국이자 신흥국으로선 첫 개최국이다. 강대국들이 만든 규칙에 따라야만 했던 나라가 강대국들의 이해를 조정하고 규칙을 새로 만드는 주역으로 격상했다. 이런 한국이 자랑스럽다.

1960∼2008년 세계경제는 평균 5.8배 성장했다. 그 사이 한국경제는 28배나 컸다. 세계지도를 펼쳐보면 참으로 작은 나라, G20 중에서도 가장 작은 나라가 이렇게 달려 여기까지 왔다. 러시아 국토는 남한의 172배, 미국은 97배, 중국은 96배다. G20 가운데 우리 다음으로 면적이 좁은 영국도 2.4배다.

G20 서울 정상회의 결과는 내일까지 봐야 안다. 주요국의 첨예한 이해 대립을 충분히 해소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한국은 적극적 아이디어와 중재노력으로 환율 문제 같은 난제들의 접점 찾기에 적지 않은 성과를 이끌어냈다. 정부는 특히 모범적 경제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선진국과 개도국의 가교를 자임하며 ‘개발 의제’를 주도했다. 이는 선진국이 하기 어려운 역할로 장래에도 우리가 리더십을 발휘할 여지가 많은 분야다. 한국은 이번 회의 결과를 사후 점검하면서 내년의 파리 회의까지 의제 협의 등에서 상당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의 다각적 노력을 통해 코리아의 글로벌 위상, 신인도와 신뢰성,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린다면 이것이 곧 국가 이익과 국민 이익을 포괄하는 국익이 될 것이다. 한국은 개방과 자유무역을 통해 세계 10위권의 경제를 이뤄냈고, G20 정상회의 개최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그럼에도 성취의 열매는 함께 따먹으면서 G20 회의건, 자유무역협정(FTA)이건 정부가 하는 일이면 무조건 재를 뿌리는 세력이 있다. 이들은 한미 FTA 추가 협상의 최종 결과도 나오기 전에, FTA 전체에 대한 구체적 종합적 득실 분석도 없이 ‘반대 투쟁’부터 외치고 나선다. 최종 결과가 국가 경쟁력 향상, 수출과 투자 증대, 일자리 창출 등에 총체적으로 도움이 된다면 수용하는 것이 국익이다. 시간을 허비하면 이익은 줄거나 사라진다. 한미, 한-유럽연합 FTA는 우리나라 수출의 중국 의존도가 40%로 지나치게 높아진 상황에서 중국발(發) 영향과 충격을 완충하기 위해서도 긴요하다.

아시아 시대, 기회 다 팽개치는 北

한국은 작은 나라지만 남북을 합친 22만 km²는 영국의 24만 km²에 근접하고, 인구는 7400만 명으로 영국의 6100만 명보다 많다. 그 정도 규모의 영국이지만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으로 불린 세계 슈퍼파워였다. 남북한 합계 인구는 선진 7개국(G7) 가운데 프랑스(6200만) 이탈리아(6000만) 캐나다(3300만)보다도 많다.

그런데 한국에 세계의 지도자들이 모여들 때 북한은 김정은이 나무를 심으면 세계에서 유일하게 바로 열매가 맺힌다는 잠꼬대 같은 우상화 쇼나 벌이고 있다. 이산가족을 만나게 해주는 대가로 쌀과 비료를 내놓으라고 남측을 협박하는 것 말고는 경제를 살릴 능력이 없는 김정일 부자(父子)를 세계는 비웃고 있는데 말이다.

인공위성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남쪽은 하얗게 밝고 북쪽은 칠흑 같다. 북한 유일의 국제선 공항인 평양 순안공항에서 뜨는 항공편은 일주일에 9편이다. 한국은 지방 국제공항들을 빼고도 인천공항에서만 순안공항의 233배인 주 2095편이 뜬다. 북한경제는 주민 소득통계가 무의미할 정도로 극소수 특권층만 배를 채우며 개혁도 개방도 거부하는 경제다.

아시아가 세계 경제파워의 주역으로 떠오른 시대, 한국이 G20 정상회의 초청국이 된 시대에 북한은 어떤 기회도 살리지 못하고 있다. 북쪽 주민 2400만은 남쪽의 5000만 국민과 똑같이 우수한 우리 민족이다. 이들의 잠재력을 말살하고 고통만 안기는 김일성 왕조는 참으로 시대착오적이고 반민족적이다. 그럼에도 남쪽의 일부 세력은 북한을 변화시키려 하지 않고, 기적을 이룬 남쪽 역사를 오히려 ‘기회주의가 득세한 역사’라며 부정한다. 이런 북한과 남쪽의 김정일 추종세력이 부끄럽다.

배인준 주필 inj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