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승효상-김영준 씨 작품 자료, 뉴욕 현대미술박물관에 영구 소장
“의미 깊지만 작은 실마리다.” 한국 건축가로는 처음으로 미국 뉴욕 현대미술관(MoMA) 건축부문 영구보존 컬렉션 기획전에 초청된 승효상(오른쪽) 김영준 씨의 소감은 같았다. 두 사람은 “고생하는 후배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김 대표는 “처음에는 그냥 요즘 가끔 외국에서 열리는 한국건축 기획전의 하나라고 생각했는데 주변에서 대단한 일이라고 얘기해서 새삼 ‘그런가 보다’ 하고 있다”며 웃었다.
“‘자하재’ 건축주인 박찬욱 감독이 ‘영화가 인정받아야 하는데 사는 집이 먼저 인정받았다’고 축하해 주더라. 하하. 함께 거주하고 계신 박 감독의 아버님(박돈서 전 아주대 공대 학장)이 더 기뻐하셨다.”
“한국 건축은 엄청난 산업적 물량에도 불구하고 세계 건축계에서는 변방에 머물고 있다. 선배로서 ‘한국 건축을 위해 뭘 했나’ 후배들에게 욕먹을 걱정이 갈수록 커지는데…. 조금은 마음이 홀가분하다.”
승효상 씨의 ‘수백당’(위)과 김영준 씨의 ‘자하재’는 외형적인 꾸밈을 자제하고 여백의 묘를 넉넉히 살려 주변환경을 공간 속으로 끌어들였다. 사진 제공 이로재·yo2
1998년 완공된 수백당은 여러 개의 마당을 건물과 담으로 나눠 배치한 지하 1층, 지상 2층, 총면적 200m²의 소박한 주택이다. 침실과 작업실 등 두 개의 실내 공간과 일곱 개의 텅 빈 정원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승 대표의 일관된 건축적 화두인 ‘빈자(貧者)의 미학’을 구현했다. 2005년 지어진 총면적 327m² 규모의 2층 철근콘크리트 집 자하재도 용도를 규정하지 않은 실외공간을 넉넉히 마련해 건물 자체의 외양보다는 주변 환경과의 어우러짐에 초점을 둔 건물이다. 설계자인 김영준 대표는 “여백과 대화하는 듯한 한국적 공간의 분위기와 아울러 서구와 달리 두 세대가 함께 머무는 집이라는 배경도 흥미롭게 여겨진 듯하다”고 했다.
승 대표는 “어떤 개인의 건축 경력과 작업이 인정받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평가된 한국 건축의 역량이 세계 건축계의 주무대에 본격적으로 소개되는 작은 디딤돌로 볼 수 있지 않을까. 늦게나마 첫발을 디디게 됐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