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론의 배경에는 금감원의 ‘늑장대응’에 대한 비판이 깔려 있다. 대형 사건들로 불거지기 전에 이들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권한이 있는 금감원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는데도 이를 방치했다는 지적이다.
실제 금감원은 지난해 5월 신한은행 정기검사를 통해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금융실명제법 위반 정황을 포착했지만 1년 넘게 조사를 하지 않아 특혜 논란에 휩싸였다. 또 정기검사로 태광그룹이 보험계열사를 이용해 편법으로 계열사를 부당지원한 사실이나 C&그룹이 우리은행에서 부당대출을 받은 사실을 파악하고도 금감원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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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금감원의 해명도 일리가 있다. 강제적인 조사권이 없는 금감원으로서는 수사기관들에 비해 조사의 폭이나 깊이에 제한이 따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금감원의 검사를 받느라 매년 엄청난 공력을 쏟아 붓는 금융회사들에는 금감원의 이 같은 해명이 마뜩지 않게 들린다.
금감원의 검사는 금융회사들에는 큰 부담이다. 보통 금감원은 금융회사를 정기검사할 때 수십 명의 인력을 투입해 한 달 넘게 조사를 벌인다. 이처럼 금융회사들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검사를 받고 있는데도 금감원이 사전에 금융회사들의 잘못된 경영관행이나 부당 거래를 잡아낼 수 없다면 금감원의 존재 이유가 무엇이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잇따라 비판이 제기되자 금감원도 불투명한 검사 관행을 개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검사 반장이 중요한 검사 내용에 대해서는 상부에 꼭 서면보고를 하도록 의무화하고 검사 자료를 기록으로 남겨둬 투명하게 관리하겠다는 취지다. 부디 이번 개선방안이 시련의 계절을 모면하기 위한 면피성 생색내기가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문병기 경제부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