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 의원에 실패뒤 다른 의원들 연쇄접촉說
임병석 C&그룹 회장이 2008년 9월 이명박 대통령의 형이자 여권 실세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에게 구명 로비를 시도했다가 실패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당시 자금난으로 궁지에 몰린 임 회장이 이 전 부의장 외에 또 다른 현 정권 인사들에게 무차별 로비를 시도하지 않았느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임 회장이 사전 약속도 없이 이 전 부의장을 서울 여의도의 L호텔 양식당으로 찾아간 2008년 9월은 미국의 투자은행인 리먼브러더스가 파산 신청을 하는 등 국제금융위기가 정점으로 치닫던 시기였다. 은행이 시설자금 대출을 줄이면서 C&중공업이 건조하던 벌크선은 한 달째 목포 조선소의 도크에 방치돼 있었다. 다른 계열사의 자금을 무리하게 끌어들여 조선업에 진출했던 임 회장은 당시 돈줄이 마르자 자금 수혈을 위해 또 다른 여당 실세 의원, 여당 출신 공기업 사장 등을 연이어 접촉했다는 소문도 나돈다. 한 C&그룹 전직 임원은 “당시 임 회장이 ‘1000억 원만 있어도 조선소를 다시 가동할 수 있다’며 임원들을 재촉했다”고 전했다.
임 회장은 한 달 뒤인 그해 10월 말에는 임원들을 대동하고 금융감독원을 무작정 찾아갔다. 임 회장은 “회사 자금난을 해소해 달라”고 부탁했지만 금감원으로부터 “개별 회사에 대한 자금 지원은 은행에서 판단할 사항으로 금감원이 개입할 여지가 없다”는 답변만 받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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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이 전 부의장에 대한 로비 시도는 사실상 수사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의원이 임 회장이 건넨 굴비상자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실패한 로비’이고, 굴비상자 안에 금품이 들어 있었는지도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