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금촌고 ‘좋은 학부모 교실’ 강의 “아하~” 연발공부 스트레스 중고생 39%가 “최근 1년간 우울감에 시달렸다”‘해라’보다 ‘어떻게 해야할까’… 질문하기 대화법 바람직
“다시는 실수하지 않게끔 호되게 혼내야죠. 정신을 어디다 두고 다니는 거냐면서….”(A 학부모)
“이해가 안 되겠죠. 학교 내신이 얼마나 중요한데 그런 엄청난 실수를 하다니…. 제가 더 속상한 마음에 크게 화를 낼 것 같아요.”(B 학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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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을 내기에 앞서 ‘시험을 망친 내 자녀는 얼마나 속상할까’를 생각해봐야 합니다. 자녀의 기분을 우선 이해해주고 난 뒤 타이르듯 자녀에게 ‘실수를 되풀이 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해주세요. 자녀가 학업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면서 부모의 충고를 받아들이게 될 겁니다.”
곧바로 학부모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차라리 혼내는 게 아이가 더욱 반성하는 계기가 되진 않을까요?” “예전에 좋은 말로 타이른 적이 있는데 아이가 ‘우리 엄마는 공부를 못해도 혼내지 않으니까 성적이 좀 떨어져도 괜찮아’라며 가볍게 생각하더라고요. 어쩌죠?”》
19일 오후 5시 반 경기 금촌고 세미나실에서 진행된 ‘좋은 학부모 교실’ 강의현장. 이날 강의에서 계정숙 위 상담코칭지원센터 소장은 “자녀를 꾸중하기 전에 자녀의 기분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시간이었던 이날 강의에선 ‘통하는 부모, 자녀되기’를 주제로 자녀와 현명하게 대화하는 법을 소개했다. 계 소장은 학부모들에게 “자녀의 자존감을 키워주기 위해 대화 시 ‘질문하기 대화법’을 사용할 것”을 권했다. 예를 들어 시험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자녀에게 “시험 점수를 올릴 수 있게 공부를 더 열심히 해”라고 말하기보다 “다음 시험에는 성적을 올리고 싶니” “그러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물으며 자녀의 답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이런 대화법을 통해 자녀의 솔직한 생각을 들을 수 있고, 자녀가 스스로 반성할 기회도 마련해 줄 수 있다는 게 계 소장의 설명이다.
이 학교 김명동 교장은 “지난 학기에 자녀와의 대화기법이란 일회성 학부모 강연을 진행했을 때 학부모들이 크게 공감하는 모습을 보고 같은 주제로 심화된 프로그램이 필요할 것이라 판단했다”면서 “가정에서의 원활한 소통은 학생들의 학업이나 학교생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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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학부모 교실 강의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다. 이 학교 1학년 김태이 군(16·경기 파주시)의 어머니 조희정 씨(48)는 “처음엔 아들과 대화를 시작하기에 너무 늦지 않았나 싶었지만 아침에 아이와 얘기를 나누는 시간이 조금씩 늘고 있다”면서 “아이가 짜증을 낼 때, 갑자기 말수가 줄었을 때 어떻게야 할지 몰랐는데 이런 고민들이 조금씩 해결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벌써 강연의 효과를 톡톡히 본 학부모도 있다. 이 학교 3학년 이서진 양(18·경기 파주시)의 어머니 여미정 씨(41). 평소 여 씨는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딸과 매번 다퉜다. 딸이 ‘공부가 너무 힘들다’는 이유로 자주 짜증을 냈기 때문. 여 씨는 그럴 때마다 ‘왜 짜증을 내느냐’ ‘너만 공부하느라 힘든 건 아니지 않느냐’라며 딸을 다그쳤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자 나중엔 딸과 대화하는 횟수가 점차 줄어들었다. 딸과의 대화에 어려움을 느끼던 여 씨는 ‘좋은 학부모 교실’에 참가하기로 결심했다. 이후 여 씨와 딸의 관계는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강의를 듣고 ‘그동안 내 대화법이 좋지 않았구나’란 생각을 했어요. 강의에서 배운 대로 딸의 얘기를 최대한 듣고 명령하기보단 이해하려고 노력했죠. 딸이 짜증을 내면 눈을 맞추며 ‘그랬구나’ ‘힘들겠다. (네 맘을) 다 이해한다’라고 답하며 얘기를 들어줬어요.”(여 씨)
결과는 놀라웠다. 어느 날 방에 들어가 공부하던 딸에게서 ‘엄마 짜증내서 미안해’란 문자메시지가 온 것. 여 씨는 “대화가 많아진 동시에 딸의 학습태도도 좋아지고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도 줄고 있다”면서 “먼저 아이를 이해하려는 나의 모습이 여러 방면에서 딸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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