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적 소문 이젠 다 옛일 이름만은 제대로 불렸으면”
김 씨가 양 씨가 된 것은 군대의 착오 때문. 황해도 출신으로 1951년 1·4후퇴 때 월남한 그는 해병대에 입대한 후 양 씨가 됐다. 김 씨는 “입대 지원서류 취급자가 잘못 기재한 것 같다”며 고쳐달라고 요구했으나 ”사회에 나가면 바로 잡아질테니 걱정 말라“는 말에 그대로 넘기고 말았다. 하지만 제대 후에도 성은 바로 잡아지지 않았다. 아들 김동주 씨(47·은행원)는 “성을 바꾸려면 고향 사람 2명 이상이 증인을 서줘야 했지만 황해도는 북녘 땅”이라고 말했다.
1967년 8월 22일의 구봉광산 사고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악몽이지만 김 씨가 성을 되찾는 계기가 됐다. 갱도 속에서 구조를 기다리던 그는 현장에 나와 있던 청와대 관계자에게 성이 바뀐 사연과 함께 성을 되찾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당시 현장에는 박정희 대통령의 특명으로 청와대 관계자가 상주하고 있었다. 김 씨는 “구조된 후 성을 바꾸려니 재판 등의 여러 절차를 거쳐야 했지만 특명 덕분인지 2, 3년 만에 성을 되찾았다”고 말했다. 당시 동아일보는 다른 신문들과 달리 그해 9월 7일자 1면에 ‘광부 김창선 씨 극적 생환’이라는 헤드라인으로 이름을 미리 되찾아 줬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