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5월 10일 세계의 지붕 에베레스트 정상(해발 8850m)에 오른 언론인 존 크라카우어는 당시의 체험을 다룬 논픽션 ‘희박한 공기 속으로(Into thin air)’에서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일에 대해 이렇게 기록했다. “가지 말아야 할 타당한 이유들은 너무나 많았다. 에베레스트에 오르려 하는 건 본질적으로 비합리적인 행위다. 현명한 분별에 대한 욕구의 승리.”
빙벽 등반의 매력도 그 속에 내재된 위험을 기꺼이 감수하려는 인간의 원초적인 욕구를 자극하기 때문이 아닐까? 안전한 일상을 박차고 나가 내 팔, 내 다리의 근육과 뼈의 힘에만 의지해서 중력의 힘을 거슬러가며 깎아지른 듯한 수직의 빙벽을 묵묵히 오르는 자에게만 충족이 허락되는 욕구.
○ 위험도 즐거움의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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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빙벽 등반은 계절과 날씨를 가리지 않고 아찔하고 짜릿한 빙벽 등반의 ‘손맛’을 느낄 수 있어 동호인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사진은 코오롱등산학교 정운화 강사(오른쪽)가 서울 강북구 우이동 코오롱등산학교 내에 설치된 세계 최대 높이의 실내 인공빙벽(20m)에서 등반 시범을 보이는 모습. 이 빙벽장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실내 빙벽으로 2006년 기네스협회의 공식 인증을 받았다. 서영수 전문기자 kuki@donga.com
빙벽을 오르다 보면 사고의 위험은 늘 가까이 있다. 서 씨는 “날카로운 얼음이나 고드름이 떨어지는 ‘낙빙’은 빙벽 등반의 최대 위험 요소”라며 “암벽과 달리 빙벽은 자칫 얼음 덩어리가 통째로 떨어질 수 있어 ‘스크루’(얼음에 박는 나사못 형태의 고정 장치)로 얼음에 몸을 고정시켜도 얼음과 함께 바닥에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위험을 어떻게 관리해 적이 아닌 친구로 만드느냐가 빙벽 등반의 관건이란 얘기다.
야외에서 빙벽을 타기에는 한참 이른 계절이지만 서 씨와 김 씨는 빙벽 등반의 즐거움에 푹 빠져 있다. 이들이 요즘 즐겨 찾는 곳은 서울 강북구 우이동에 있는 코오롱 등산학교 교육센터. 이곳에는 지하 3층에서 지상 4층까지 이어지는 높이 20m의 실내 인공 빙벽 시설이 갖춰져 있다. ‘아이스 팰리스(얼음궁전)’라는 별명을 가진 이 빙벽은 실내 빙벽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시설로 2006년 기네스협회의 공식 인증도 받았다.
우정렬 기자 passi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