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넓은 간척지 옆 철새낙원 간월호…탁 트인 시야에 속 시원!
차령의 막내인 도비산에서 바라본 간월호와 간척지. 멀리 보이는 갯벌에서는 굴과 새조개 대하 등 많은 먹을거리가 나오고 있다. 서산=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도비산 산행은 부석중학교 뒷길에서 시작해 중턱에서 부석사를 거친다. 이곳에서 가파른 능선을 따라 20분쯤 올라 정상에 도달하면 그 순간 사방이 확 트인다. 서쪽으로는 차령의 자락이 서해로 사라지는 모습이 확연하다. 동쪽으로는 철새의 낙원 간월호와 드넓은 간척농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남쪽으로는 조선 태조의 왕사였던 무학대사가 달을 보고 홀연히 깨달음을 얻었다는 간월도와 간월암이 보인다. 주민들에 따르면 날이 맑은 날에는 중국 땅까지 보인다고 한다. 그만큼 서해안에선 높은 산이다.
도비산(島飛山)이라는 이름은 바다 가운데 ‘날아가는(飛) 섬(島)’ 같다 해서 붙여졌다는 말이 있다. 산 전체가 매년 봄이면 복숭아꽃이 만발해 복숭아 ‘도(桃)’, 살찔 ‘비(肥)’를 써서 ‘도비산(桃肥山)’이라고 한다는 말도 있다. 하지만 산에 오르다 보면 복숭아나무보다는 도라지꽃이 무성하다.
이곳 갯벌 바위에서 자라는 굴은 10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7개월간 썰물 시간에 맞추어 딴다. 바닷물에 씻어 천일염에 담갔다가 곱게 빻은 고춧가루에 버무려 청수(하루 전에 끓인 물)로 국물을 만든 뒤 또 다시 3개월을 숙성시킨 게 바로 유명한 어리굴젓이다. 도비산을 중심으로 갯벌과 함께 살아온 주민들은 매년 간월도에서 굴부르기 축제를 연다.
도비산 주변 개발은 생태환경의 변화로 주민들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지만 많은 것을 주기도 했다. 서산AB지구 방조제 건립 후 이 일대에는 고급 패류인 새조개가 서식하며 어민들에게 효자가 되고 있다. 지금 제철을 맞은 대하도 마찬가지다. 간월호와 부남호는 국내 최대 철새도래지가 됐다.
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