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를 진실처럼… 인터넷의 그림자
이후 인터넷에는 카페라는 공간이 생겨서 동일한 관심을 가진 누리꾼이 모여 정보를 나누고 잘못된 점을 바로잡기까지 하는 새로운 공론장이 활성화되어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관련 조작설이 나왔을 때 젊은 의사를 중심으로 진실을 밝히는 데 기여한 공간이 바로 인터넷 카페였다. 1년여의 긴 논란 속에 이달 8일 경찰의 수사 결과 발표로 일단 진위가 가려진 가수 타블로의 학력 위조 논쟁을 이끌어 온 것 역시 인터넷 카페다. 인터넷은 양면성을 가진 야누스로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우리 사회가 반복적으로 학습효과를 가진 만큼 인터넷 공간에서의 개인의 명예훼손이나 집단폭력, 허위사실 유포 같은 이슈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동안 최진실 씨 등 다수의 연예인이 사이버공간에서의 집단적이고 악의적인 글로 인해 고통을 못 견디고 자살한 경우는 빙산의 일각이다.
광고 로드중
문제는 이러한 일련의 일이 계속 반복되면서 우리 사회의 적대적 대립구도가 더욱 심화되고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다가 부메랑이 되어 결국 모두가 피해자가 되어 간다는 점이다. 이번 사태만 하더라도 그동안 타블로 학력 논쟁을 주도했던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 카페의 ‘왓비컴즈’라는 ID의 운영자가 이 카페에서 타블로에 관한 무차별적인 폭로와 문제 제기를 통해 많은 회원에게 거의 종교집단의 교주처럼 추앙받았다.
이제 그가 미국 시민권자이기 때문에 한국 주민등록번호가 없어서 친구의 번호를 도용해 ID를 만들어 인터넷에 글을 올려왔다는 경찰의 발표부터 본인과 딸의 직업에 관한 얘기 등 확인되지 않은 사생활 정보가 올라오고 급기야 이 사람을 처벌하자는 포털사이트 청원게시판까지 만들어졌다. 어쩌면 내일쯤이면 이 사람을 체포하자는 사이버 추적대가 결성될지 모르겠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더 빨리 확산
앞으로 제2의 타블로가 나와서는 안 된다. 문제는 해법을 찾는 일이다. 정부의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동안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하고 관련 법률을 고치는 등 규제를 강화했지만 명예훼손 사건 등 역기능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결국 일부 악성 누리꾼의 자성과 자정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참여, 공유, 개방으로 함축되는 웹 2.0으로는 부족하다. 여기에 책임이 추가되어야 한다.
광고 로드중
성동규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