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노벨상수상자가 인정한 한국의 상용화기술 현주소
그래핀으로 만든 가로세로 2cm의 투명전극. 지난해 2월 홍병희 성균관대 교수팀이 개발해 ‘네이처’에 발표한 것으로 그래핀으로 휘어지는 디스플레이를 만들 수 있음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사진 제공 성균관대 홍병희 교수
실제로 그래핀 상용화 ‘세계 전쟁’에 불을 붙인 곳은 우리나라다. 홍병희 성균관대 화학과(성균나노과학기술원) 교수가 그래핀으로 가로세로 약 2cm의 휘어지는 투명필름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지난해 2월 과학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게 시작이다.
홍병희 교수, 휘는 투명전극 개발, 실리콘 반도체 대체주자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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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교수는 “그래핀이 발견될 당시에는 당장이라도 상용화될 것 같은 기대가 있었지만 그래핀을 한 층만 떼어내기가 너무 어려워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설상가상으로 그래핀이 탄소나노튜브의 전철을 밟을지도 모른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난항을 겪는 듯했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들이 벌집 모양으로 연결된 얇은 막 형태다. 그래핀을 김밥처럼 돌돌 말면 탄소나노튜브가 된다. 탄소나노튜브는 1990년대 초 발견될 당시 전기 전도도가 뛰어나고 강도가 우수해 ‘꿈의 나노 물질’로 불리며 실리콘 반도체를 대신할 차세대 주자로 급부상했다. 하지만 2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탄소나노튜브는 실리콘 반도체의 ‘왕좌’를 넘보지 못하고 있다. 노보셀로프 박사는 “홍 교수팀은 실험실 수준에서 머물러 있던 그래핀을 산업계로 끌어냈다”고 평가했다.
화학증기증착법 통해 크기 확대, 얇은막 떼내는 고난도 기술 확보,“3~4년뒤엔 휴대전화 화면 대체”
여기에는 화학증기증착법이 큰 역할을 했다. 그래핀을 상용화하려면 원하는 크기로 면적을 키울 수 있어야 한다. 그래핀 조각을 모자이크처럼 이어 붙일 수도 있지만 이 방법으론 전기전도성이 떨어진다. 이에 비해 화학증기증착법은 니켈층 위에 탄소를 녹인 다음 이를 냉각시켜 니켈 표면에서 탄소만 분리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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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식경제부는 최근 ‘2010년도 미래산업선도기술개발사업 신시장창출형 품목 수요조사’를 벌이고 그래핀을 부품·소재산업의 중점기술 가운데 하나로 선정했다. 그래핀이 최종 품목으로 선정될 경우 상용화는 탄력을 받게 된다. 홍 교수는 “6월 개발한 30인치 터치스크린은 스스로도 깜짝 놀랄 만큼 작동이 잘됐다”며 “이후 그래핀의 산업화에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현경 동아사이언스 기자 uneasy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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