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발톱… 검은 깃털… 고귀한 자태…본보 5차례 탐사끝 백록담서 촬영 성공
한라산 백록담 남벽 부근 절벽에 내려앉은 검독수리가 먹이를 빼앗으려는 큰부리까마귀들의 공격에도 아랑곳 않는 장면을 동아일보 취재진이 촬영했다.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한라산 존엄의 상징인 ‘검독수리’(천연기념물 제243-2호). 동아일보 기자가 지난달부터 5차례 탐사 끝에 6일 오후 한라산 정상인 백록담에서 검독수리를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인적이 느껴지면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기 때문에 전문가조차 목격하기 쉽지 않다. 검독수리가 돌기둥에 내려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아 큰부리까마귀 3마리가 달려들었다. 검독수리 먹이를 빼앗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검독수리는 큰부리까마귀의 공격에 몇 차례 날개를 펼쳤을 뿐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제주도 한라산국립공원 청원경찰인 오희삼 씨는 “검독수리를 관찰하기가 너무 어렵다”며 “한번은 바람을 타고 미끄러지듯 날면서 제주의 동쪽 끝인 성산포까지 한번에 다녀오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오 씨는 “한라산신이 환생한 것으로 여겨질 만큼 고귀하게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오 씨는 2006년 백록담에서 검독수리를 처음으로 카메라에 담았다. 이번에 동아일보가 촬영한 검독수리는 오 씨 이후 두 번째. 1998년 10월 국립공원지역인 어승생악에서 어린 검독수리 한 마리가 탈진상태로 발견되면서 제주지역에서는 처음 확인됐다. 이전까지는 관찰이나 문헌 기록이 없었다. 이후 4차례가량 한라산 정상 남벽 등지에서 관찰됐을 뿐 여간해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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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 검독수리 ::
골든 이글(Golden eagle)로 불리는 검독수리를 비롯해 독수리, 참수리, 흰꼬리수리 등 4종은 국내에서 사라지는 멸종 위기 종으로 문화재청은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멕시코의 국조(國鳥)이기도 하다. 날개를 펼쳤을 때 길이가 1∼2m에 이르고 제주에서는 노루 새끼, 꿩, 멧비둘기, 참새, 들쥐 등이 먹잇감으로 알려졌다.
▲동영상=한우만 먹는 독수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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