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도 없는 가족” 어르신들 허허…“또 하나의 부모” 회원들도 하하
팔공나눔회 정옥분 회장(왼쪽)과 이광섭 경위(가운데)가 최근 지역 내 홀몸노인들을 위한 잔치를 열어 음식을 대접하고 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봉사단체 대구 ‘팔공나눔회’가 5년째 뜻 깊은 명절 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민간과 경찰이 어우러진 이 단체는 팔공산 인근 홀몸노인을 가족처럼 보살피고 있다. 초원의집 식당은 음식보다 봉사로 더 유명하다.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곳에 살고 있는 이웃들이 스스로 나선 것.
시작은 단순했다. 이광섭 대구 동촌지구대 경위(42)가 2005년 공산특수파출소장으로 근무할 당시 그는 관할 구역이 넓고 노인 인구가 많은 점을 극복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홀몸노인들을 직접 찾아 문안을 드렸다. 몸이 쇠약해진 노인들의 부족한 먹을거리도 챙겼다. 하나둘씩 찾는 집이 늘면서 금세 대상 노인은 수십 명이 됐다. 이 소식을 접한 이웃 주민들이 팔을 걷었다. 자신의 텃밭을 내놓고 고구마, 상추, 감자 등을 재배해 노인들에게 나눠줬다. 수시로 끼니 때 식당으로 초대해 음식도 대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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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하는 일이다 보니 보람도 배가 된다고 회원들은 입을 모았다. 경찰들은 인사발령이 나더라도 봉사하는 날이면 어김없이 나타난다. 회원들의 아내, 아들, 딸들도 가끔씩 참석해 할아버지, 할머니 손을 잡아주고 애환을 달랜다. 몇 년 전부터는 세상을 등진 노인들의 장례도 치러주고 있다. 정옥분 팔공나눔회 회장(61·초원의집 대표)은 “봉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정을 나누는 것”이라며 “이들을 평생 부모처럼 돌볼 생각”이라고 했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