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달 28일 노동당 대표자회를 통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3남 김정은의 후계자 공식화를 마무리한 만큼 3대 세습의 난관을 해소하는 데 필요한 대외환경 안정화를 위해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후계자의 정통성을 확보하고 경제난으로 인한 주민들의 불만을 수습하기 위해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통해 제재를 풀고 경제 지원을 얻어내는 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을 빼닮은 김정은의 등장으로 ‘잘살았던 김일성 시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려는 북한으로서는 경제난 극복이 최우선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체면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북한이 대화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정부 당국자는 “세습 안정화를 위해 북한에 가장 필요한 것은 중국이며 현재의 대결 국면에서는 김정은이 중국의 지지를 얻을 수 없기 때문에 대화에 무게를 실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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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의 아들로 주영국 대사를 지낸 이용호 외무성 참사가 외무성 부상으로 승진한 것도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이 부상은 차기 6자회담 수석대표 자리를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정부 당국자는 “(6자회담 재개 국면에서) 이용호의 역할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소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11월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전후에 6자회담 재개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박길연 북한 외무성 부상의 ‘핵 억지력 강화’ 발언에 대해서도 정부 당국자는 “내용은 강성이지만 새로운 것이 없고 당 대표자회 전에 이미 준비된 연설문을 읽은 것이기 때문에 당 대표자회 이후 북한의 첫 공식 반응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등 극적으로 대미 정책을 전환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시도하고 이 과정에서 플루토늄 생산 중단 같은 비핵화 의지를 내비칠 수 있지만 이미 개발한 핵무기 보유는 인정해 달라는 식으로 협상에 나와 시간을 끌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당분간 현재의 대미 정책을 유지하면서 경제 제재로 인한 어려움을 대남 유화책이나 중국의 투자 및 교역으로 해결해 나가는 이른바 ‘개혁 없는 개방’ 정책을 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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