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엔 울고 재무개선엔 웃고
오는 10월 8일로 국내 생명보험사 상장 1호인 동양생명이 상장 1주년을 맞이한다. 하지만 ‘생보사 상장시대 1주년’을 맞이하는 생보사들의 표정은 밝지 않다. 연이어 증권시장에 진출하며 생보사들의 위상을 높였지만 주가가 공모가 아래를 맴돌며 여전히 상승국면을 맞지 못하고 있다.
○ 주식, 공모가 넘지 못하고 ‘지지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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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가 이렇다 보니 자사주를 매입했던 임직원들도 기운이 빠질 수밖에 없다. 상장 생보사 직원들은 회사로부터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억대의 대출을 받아 주식을 샀다. 하지만 막상 상장을 하고 보니 수익은커녕 매년 대출금리 5% 수준에 해당하는 수백만 원씩을 이자로 내는 형편이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생명보험이라는 산업이 한두 분기 영업을 잘한다고 주가가 올라가는 종목은 아니다”라며 “금리가 고금리로 돌아서고 장기적으로 생보사들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 상황이 현재보다는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재무건전성 호전…체질개선 모습도
상장 생보사들은 상장을 통해 자금이 유입되면서 재무건전성은 확실히 나아졌다. 실제로 동양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상장 직전인 2009년 9월 말 기준으로 208.8%에서 2010년 6월 말 기준 258.2%로 대폭 증가했다. 자기자본은 2009년 9월 말 기준 7749억 원에서 2010년 3월 말 기준 1조173억 원으로, 총자산은 10조363억 원에서 11조2974억 원으로 늘어났다. 대한생명 역시 지급여력비율이 상장 전인 2009년 9월 말 228%에서 상장 뒤인 2010년 3월 말 305%로 70%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상장을 통해 유입된 1조3000억 원에 이르는 자금 중 3000억 원을 해외시장 개척에 사용하기로 하면서 글로벌 시장 진출에도 ‘힘’을 얻었다. 대한생명 관계자는 “베트남 영업 개시 후 애초에 계획했던 것보다 사업이 빠른 속도로 자리 잡고 있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탈출과도 맞물려 있으나 상장 효과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5월 뜨거운 관심 속에 상장한 삼성생명도 비록 주가 자체는 공모가보다 처져 있지만 기업의 체질이 개선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그동안 양적인 규모, 실적에만 매달렸다면 상장 이후에는 시장에서 바라보는 눈을 좀 더 의식하게 됐다”고 말했다. 외국인투자가들은 삼성생명이 업계 1위라는 사실보다는 분기 수익과 배당에 더 관심을 갖다 보니 더 긴장하고 영업에 힘쓰고 있다는 것. 상장사로서의 실질적인 체질 개선을 위해선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증권 이태영 선임 연구원은 “삼성생명, 대한생명이 시장과의 소통에서는 서투른 모습이었는데 앞으로는 좀 더 적극적인 투자설명 활동으로 시장의 피드백을 얻고 이를 통해 또 다른 발전을 꾀하는 ‘대형사’다운 면모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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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