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화두 ‘정의-화해’ 아시아서 해법 찾는다
《“2년 전 돌연히 발생한 세계 경제위기 이후 ‘정의’ 문제가 세계의 최우선 관심사로 부각하기 시작했습니다.”(아마르티아 센 미국 하버드대 교수) 세계 정의와 화해를 화두로 해외 학자 10여 명이 한자리에 모인다. 29, 30일 서울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한국학중앙연구원 주최로 열리는 ‘2010 문명과 평화’ 포럼. ‘국가의 경계를 넘어, 장벽 없는 세계를 항하여’를 주제로 정했다. 1998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센 교수를 비롯해 에이드리언 비커스 호주 시드니대 교수, 헨리 로즈먼트 미국 브라운대 교수 등 여러 나라의 전문가들이 참가한다. 센 교수와 비커스 교수는 10월 1일 경기 성남시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열리는 ‘세계 석학 초청 집중강좌’에서도 강연한다.》
29일과 30일 서울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한국학중앙연구원 주최로 열리는 ‘2010 문명과 평화’ 포럼 포스터. 10월1일 경기 성남시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는 ‘세계 석학 초청 집중강좌’가 열린다.사진 제공 한국학중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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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대 인도-이란의 ‘민주주의’
센 교수는 부정의를 판단하고 이를 막기 위해서는 공적 토론을 바탕으로 한 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역설하며 나아가 민주주의 전통을 서구의 것으로만 보는 견해를 비판했다. 기원전 3세기 고대 인도 아소카 왕은 공개 토론 규칙을 성문(成文)화하기도 했으며 고대 이란 남부지방에서는 수세기 동안 의회가 개최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장 역시 제도의 일부분으로서 글로벌 담론의 현안이다. 적극적인 여론 환기와 뉴스 논평, 비판적 토론을 통해 글로벌 민주주의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커스 교수는 발표문 ‘동남아 문명의 세계 속 위치’에서 동남아시아의 역사적 문화적 경험이 세계 화해에 실마리를 던져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종교, 다인종, 다언어 지역인 동남아의 갈등이 어떻게 해결되는가가 세계 평화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는 것. 비커스 교수는 “동남아는 현재 중국과 인도보다 주목받지 못하지만 세계에서 네 번째로 인구가 많은 인도네시아를 포함해 많은 인구가 살고 있으며, 동서양이 만나는 무역 중심지이자 문화적 복수성(複數性)을 보여주는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로즈먼트 교수는 자본주의 윤리의 대체물로서 유교의 역할윤리에 주목했다. 그는 “자유롭고 이성적이며 자율적인 개인을 전제하는 자본주의는 자유라는 미명 아래 사회 정의를 침해할 가능성이 높다. 부모, 친구, 이웃 등 관계를 통해 자아를 성립하는 유교 역할윤리가 이 시대 글로벌 윤리의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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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