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기분이었습니다. 슬기가 찬 볼이 들어가는 걸 확인하고는 아들과 부둥켜안고 엉엉 울기만 했어요."
26일 열린 2010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여자 월드컵대회 결승에서 한국의 승부차기 마지막 키커로 나와 승리를 이끈 장슬기(16·충남인터넷고1) 선수의 아버지 장영복(47) 씨는 벅찬 감격으로 말문을 잇지 못했다.
아들 용수(18)군이 진학할 대학을 알아보느라 인천 만수동 집을 떠나 동해의 한 모텔에서 경기를 지켜봤다는 장 씨는 "슬기는 속이 깊어서 평소 힘들다는 말도 거의 안했다"면서 "알게 모르게 마음고생이 많았을 텐데…딸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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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장영복 씨는 1989년부터 2년간 실업팀 '삼익악기'의 선수로 뛰다 은퇴한 뒤 1991¤1996년 인천 만수북초등학교, 동부초등학교 등에서 지도자 생활을 했으며, 오빠 용수 군은 대동세무고 축구부 소속의 현역 축구선수다.
아버지 장 씨는 "2002년 월드컵 국가대표였던 최태욱 선수,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의 도화성 선수 등이 내 제자"라면서 "아빠랑 오빠가 늘 상 축구를 하는 걸 보고 슬기도 자연스럽게 축구에 흥미를 가진 것 같다"그 말했다.
그는 이어 "슬기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여자 골프 붐이 일어 '너도 골프 한번 해 볼래'라고 물었더니 '난 축구 아니면 안된다'고 하더라. 슬기는 축구밖에 모르는 아이"라고 소개했다.
중학교 3학년 때 국가대표에 선발된 장 선수는 자기관리에도 철저해 큰 부상 없이 선수생활을 계속해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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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씨는 "천당과 지옥을 오간다는 말 그대로였다. 심장이 터지는 줄 알았다"면서"슬기가 골을 넣은 걸 확인하고는 아들과 부둥켜안고 엉엉 울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직 딸과 통화도 못했다. 슬기랑 통화가 되면 그동안 너무 고생했다고, 자랑스럽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축구인으로서, 또 축구선수의 아버지로서 여자축구에 대한 걱정도 잊지 않았다.
장 씨는 "아시다시피 우리나라 여자 축구는 저변이 넓지 않다"면서 "그나마 몇 개 없는 대학팀도 없앤다느니 말이 많았는데 이번에 20세 이하, 17세 이하 선수들이 잘했으니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다행스러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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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