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에서 주관하는 국제대회 최초 우승이라는 대한민국 축구사의 새 역사가 기록된 26일 17세 이하(U-17) 여자월드컵 대표팀 선수를 5명이나 배출한 경남 창원시 의창구의 명서초등학교 여자 축구부가 주목받고 있다.
숙적 일본을 꺾고 우승을 차지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한 여민지(함안대산고)를 비롯해 이정은(〃), 곽민영(〃), 김나리(현대정과고), 김수빈(〃)이 이 학교 출신이다.
부상으로 최종 출전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곽민영 선수를 제외한 나머지 4명이 이번 대회에서 맹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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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학교 여자 축구부 창단을 주도하고 10여년 째 이끄는 배성길(51) 감독은 "어린 아이들은 목적의식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왜 축구부에 왔는지,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알게 해야 한다"며 "이러한 목적의식 심어주기와 인성교육이 더해져 오늘의 결과가 있게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당시 남학생을 대상으로 축구를 가르쳤던 배 감독은 "학교생활을 하며 여학생들의 끈기와 집념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는데 이런 잠재력을 축구에 접목하면 틀림없이 뭔가 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고 말했다.
배 감독이 1년여 동안 학교를 설득한 끝에 2001년 4월 3일 여자 축구부가 창단됐고 이듬해에 전국여자축구선수권대회 준우승을 시작으로 전국 대회에서 10여 차례우승하며 축구 명문이 됐다.
배 감독은 학교에 축구부가 없어 지역 축구클럽에서 취미삼아 축구를 하던 여학생들을 찾아가 부모나 담당 교사를 설득해 스카우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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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감독에게 자식들을 맡겼던 학부모들은 하나같이 인성교육과 자세하고 꼼꼼한 훈련일지 기록을 축구선수로 성장하게 한 일등공신으로 꼽았다.
학부모들은 "집에서 천방지축이던 아이가 축구부에 들어가고 나서 완전히 달라졌다. 인사도 잘하고 정리정돈도 척척 되고 편식도 없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이정은 선수 어머니 김미자(50) 씨는 "일기장이 곧 훈련일지였는데 정은이가 쓴 내용을 보면 그날 훈련을 하면서 무엇을 했는지 직접 보지 않아도 눈앞에 훤히 그려질 정도였고 전문적인 축구용어나 기술 등에 대한 감독님의 설명이 들어 있었다"고 말했다.
배 감독은 "목적의식을 심어주다 보니 대부분 초등학교 6학년이 됐을 때는 발리슛, 가슴 트래핑 등 중학교 2¤3학년 수준의 기술도 구사할 수 있게 됐다"며 "지금우리 축구부 4¤5학년 선수 중에는 제2의 여민지가 될 가능성이 충분한 선수들이 더러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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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이 좋은 선수가 있어서 스카우트를 제의하면 '여자가 무슨 축구냐', '얼굴 검어진다', '다리 굵어진다' 등의 면박을 당하기 일쑤라고 그는 어려움을 토로했다.
배 감독은 "시대가 바뀌었고 이제는 여자들이 뭔가를 할 때"라면서 "축구는 남자의 운동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이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경남 지역의 학교 여자축구부는 창원시 명서초등학교를 비롯해 함안군 함성중학교와 함안대산고등학교 등 3곳이 전부다.
인터넷 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