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성, 소통과 경계넘기의 출발점
많은 사람이 고향 품에 안겨야 비로소 속내를 꺼낸다고 말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아직 우리가 초급 민주주의에 머물러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도시의 허위의식을 벗어나 진실과 조우할 수 있는 이유가 언제나 알몸인 시골의 처연함 때문만은 아니다. 도시의 빈들에 혼자 남겨진 상처가 가족과의 상봉을 통해 끈끈한 연대와 소속감으로 회복되는 순간 도시인들은 도시로 되돌아와야 하는 이유와 기력을 찾는다. 이렇게 보면 귀성은 거대한 소통과 경계 넘기의 출발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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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귀성하는 정치인의 가방에는 이제 연휴 동안 벼락치기라도 해서 얻어들은 민심의 목소리가 가득할 것이다. 사회적 우등세력에는 기회의 공정이 선이지만 열등세력에는 결과의 공정만이 복음이라는 것쯤은 이제 고향의 어르신도 잘 안다. 대기업 중심의 경제는 단군 이래 호황이라고 하지만 서민경제의 곤궁함은 휜 허리 한번 펴볼 여력이 없다는 하소연도 들었을 것이다. 청년백수의 눈에는 4대강 위를 떠다닐 것이라는 유람선이 유령선처럼 보인다는 주장도 그냥 해보는 소리가 아님을 깨달았기 바란다.
이제 가방을 열어 해결책을 찾는 일이 정치인에게 과제로 남겨졌다. 민심을 있는 그대로 국정에 반영하라는 주문은 그것이 정치인 책무의 전부라는 뜻이 아니라 단지 출발점이며, 그런 까닭에 최소한이라도 잘해보라는 뜻이다. 있는 그대로를 단순히 국정에 반영하는 일이라면 정치인말고도 수행할 사람이 적지 않다. 언론이나 여론조사가, 시민사회운동가, 외국의 경우 로비스트나 옴부즈맨 등이 여기에 속한다.
시대정신 고민하며 해결책 모색을
정치인이 이들과 달라야 하는 점은 자신의 지도력을 통해 시대정신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이를 토대로 민심의 소재에 귀 기울인 결과를 재해석하고, 문제의 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있다. 이 점이 정치적 지도력과 여론 추수주의를 구분하는 잣대다. 문제는 정치인들에게 이런 시대정신에 대한 통찰력이나 비전이 마련되어 있느냐이다. 이런 눈을 갖추지 않고 민심탐방에 나선다면 해답을 구할 수도, 정파 간 이해타산을 넘어설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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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창 숙명여대 정치행정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