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경우 짧은 기간에 민주화라는 정치 발전을 이루었다고 자부심을 갖는다. 그러나 정치인의 품격과 정치 행각은 아직까지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바닥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높은 지지율로 당선되었지만 기대와는 달리 취임 초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와 그의 사람들이 신뢰와 약속과 같은 도덕적 가치보다 눈앞의 정치적인 이익을 위해 권력의 집중을 선택한 결과다.
사실 정부와 여당은 국민 통합을 위한 큰 정치를 부르짖었지만 당내에서조차 단합을 하지 못하는 슬픈 모습을 보였다. 야당인 민주당에서도 예외는 아니지만 한나라당은 친이와 친박으로 갈라져 심각한 갈등을 했을 뿐만 아니라 근자에 와서는 친이계 내에서도 핵분열을 해서 조선시대의 사색당파와 같은 이전투구의 양상을 노출시켰다.
좀처럼 차가운 자세를 흩뜨리지 않는 박 전 대표가 유연한 자세로 자유로이 유머 상자를 열어 놓아 웃음바다를 이루었다는 얘기는 적지 않은 정치 발전의 의미를 나타낸다. 유머는 갈등과 긴장을 풀어주는 심리 요법의 기능을 할 뿐만 아니라, 그것과 함께 오는 웃음은 또한 기쁨과 슬픔의 경계선을 넘어 화합의 장을 마련함과 동시에 과거의 어리석은 행동과 잘못을 바로잡아 주는 역할을 한다. 철학자 베르그송은 그의 웃음 철학에서 사람이 균형을 잃은 대상을 보고 웃는 것은 웃음의 대상으로 하여금 잃어버린 균형을 되찾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박 전 대표의 이러한 움직임을 두고 차기 대권을 위한 보폭 넓히기라고 분석하는 사람도 있다. 아무래도 좋다. 중요한 점은 한나라당이 그동안 자중지란으로 입은 상처를 극복하고 화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한국의 정치 문화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밝은 전망을 보였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러한 노력은 박 전 대표의 일방적인 힘으로만 이뤄지지는 않았다. 이 대통령이 진정성을 가지고 공정한 사회를 이룩하기 위해 큰 정치를 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이 두 정치 지도자가 그동안 쌓았던 감정적 앙금을 씻고 상실했던 정치적인 신뢰를 회복하려는 노력은 정권 재창출의 길인 동시에 진흙탕에 빠져 있는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탈피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임에 틀림이 없다. 아무쪼록 그들이 나라 발전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정치를 명예로운 직업으로 만드는 일에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처럼 기념비적인 큰 발자취를 남기기 바란다.
이태동 문학평론가 서강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