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문제있다’는 시각엔… 반독재에 젊음 바쳤다‘대선 경쟁력 없다’는 주장엔… 600만표 되찾을 자신
손 전 대표는 10번 가까이 “대체 누가 내 정체성을 문제 삼을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민주당의 정체성이 무엇이냐. ‘민주, 민생, 평화’ 아니냐”며 “1970년대 반독재투쟁과 빈민운동에 젊음을 바친 나의 정체성을 문제 삼는 사람은 대권이나 기득권, 당권에 집착하는 사람”이라고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사실상 정세균 전 대표를 향한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햇볕을 찾아 민주당에 왔나. 내가 결단(2007년 3월 한나라당 탈당)했을 때 누가 민주당이 집권할 것으로 생각했나. 나는 원래 나의 길이었던 ‘진보의 길’을 찾고자 했던 것”이라며 “나는 한나라당에 있을 때부터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과 노무현 정부의 세종시 구상을 공개 지지했던 사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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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전 대표가 이번 전대 과정에서 분명히 드러낸 자신의 목표는 대권이다. 2007년 대선 후보였던 정동영 상임고문의 과거 득표력(617만 표)을 문제 삼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손 전 대표가 2007년 대선 후보로 나서 이명박 후보와 겨뤘다면 민주당은 재집권했을까. 손 전 대표는 “대단히 어려운 질문”이라며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내가 대선 후보가 됐다면 국민에게 ‘희망의 길’을 보여줬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권이 목표라면서 왜 당권에 도전한 것일까. 그는 “지금부터 총선(2012년 4월) 때까지 1년 반 동안 어떤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집권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라며 주먹을 쥐어 보였다. 그러면서 “‘이번에 당 대표 되면 흠집 날 테니 몸보신하라’는 만류도 있었지만 내가 진흙탕 싸움에서 흙을 묻히더라도 민주당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집권 의지도 보여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그의 대선 경쟁력은 ‘미검증 상태’란 지적이 나온다. 이에 대해 손 전 대표는 “그간 여러 선거 때 당에선 ‘당 대표(정세균) 필요 없다, 손학규만 와 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민주당의 본산지인 광주 전남도 손학규를 지지하고 있다. 경쟁력에 대한 믿음 때문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과거 대선 주자(정동영)의 재도전에 대해서도 그는 “‘뺄셈의 정치’는 안 된다. 각자의 장점을 키워 ‘더 큰 민주당’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잃어버린 600만 표’(노무현 후보가 2002년 대선 때 득표한 1201만 표에서 정동영 후보의 2007년 득표를 뺀 숫자)를 되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 삶이 젊어서부터 노동운동과 빈민운동을 통해 노동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었다”며 “몸은 궁궐 안에 있었지만 한글(훈민정음) 창제, 측우기 제작 등 늘 마음이 국민에게 있었던 세종대왕처럼 국민 속으로 가는 진실한 진보의 가치를 실행하겠다”고 다짐했다. 손 전 대표의 말은 상당히 길고, 사변적이란 지적이 많다. 그는 “운동권 출신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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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손학규는
▶1947년 경기 시흥 출생 ▶경기고-서울대 정치학과-영국 옥스퍼드대 ▶인하대, 서강대 교수(정치외교학) ▶14, 15, 16대 의원(경기 광명) ▶민자당 신한국당 대변인, 경기도지사, 대통합민주신당 대표 ▶보건복지부 장관(김영삼 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