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떠오르는 음악하고 싶어 가슴 울리는 정선아리랑 친근”
서울 서초동 모차르트홀 연습실 앞. 출렁이는 듯 구르는 듯 서늘한 물빛 피아노 소리가 새나왔다. 귀를 기울여보니 묵직하면서 감칠맛 나는 아쟁 소리도 들렸다. 익숙한 멜로디는 바로 정선아리랑이었다. 잠시 후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 씨(59)가 모습을 나타냈다. “안녕하세요, 유키 구라모토입니다.”
그는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제작하는 ‘지한파(知韓派) 아티스트 아리랑 음반’에 아리랑(경기아리랑)과 정선아리랑을 연주하기 위해 지난달 서울에 왔다. 아쟁 연주가 신현식 씨가 협연한다. 28일 서울광장 특설무대에서 열리는 ‘아리랑 페스티벌’에서도 두 아리랑을 연주할 예정인 그를 인터뷰했다.
―일본인들에게도 ‘아리랑’은 친숙한 멜로디일 걸로 생각합니다. 정선아리랑도 잘 알고 계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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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에이지 피아니스트 유키 구라모토 씨(오른쪽)와 아쟁 연주자 신현식 씨가 ‘아리랑’과 ‘정선아 리랑’을 처음 연습한 뒤 아리랑의 고유한 아름다움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구라모토 씨는 “위로하는 듯한 아리랑 선율이 내 음악세계와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구라모토 씨는 1999년 이후 열세 차례 내한공연을 하면서 전회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한국에서는 조지 윈스턴 못잖게 뉴에이지 음악을 친숙하게 만든 ‘뉴에이지 피아노의 대명사’로 통한다.
―구라모토 씨의 음악이 가진 어떤 점에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으로 보십니까.
“제 음악이 추구하는 것은 ‘치유받는다, 상냥하다, 고향이 떠오른다’와 같은 느낌입니다. 늘 그렇습니다. 매일 먹는 밥처럼, 늘 있는 재료로 맛있게 만드는 게 쉬워 보이지만 힘듭니다. 정성을 가득 담아야 알아주니까요.” 선(禪)문답 같지만 명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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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참여한 ‘아리랑’ 음반은 10월 1일 발매한다. 구라모토 씨 외에 브라질 보컬리스트 이타마라 쿠락스, 재즈 기타리스트 리 릿나워, 아카펠라 그룹 ‘리얼그룹’ 등이 참여한다. 지난해 발매된 ‘마음을 이어주는 세계인의 노래 아리랑 1’ 음반에는 재즈그룹 살타첼로, 유러피안 재즈트리오, 피아니스트 유이치 와타나베 등이 참여해 ‘밀양아리랑’ ‘진도아리랑’ 등을 담았다.
유윤종 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