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자 모여 창업… 8년만에 매출 1300억 ‘패자부활’
조용수 신텍 대표가 경남 창원시 본사 사무실에서 지난달 9일 동아일보와 인터뷰 중 어색하게 포즈를 취했다. 그는 “인터뷰가 낯설어 자연스러운 자세가 잘 안 나온다”며 웃었다. 대기업에서 구조조정을 당한 선후배 5명과 함께 신텍을 세운 조 대표는 “1조 원 매출의 대기업으로 성장하고야 말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창원=장강명 기자tesomiom@donga.com
○2001년 독한 마음 먹고 새출발
다른 기업은 진입할 엄두도 못내는 시장에서 중소기업인 신텍이 독보적인 기술력을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일자리를 잃은 대기업 출신 발전설비 전문가들이 독한 마음을 먹고 재기를 외치며 만든 ‘패자부활형’ 회사이기 때문이다. 2000년 정부 주도의 중공업 ‘빅딜’ 과정에서 삼성중공업이 발전설비 부문을 포기해 직원 300여 명이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으로 자리를 옮겼고, 이 중 경력 20년 이상의 팀장급들은 다시 1년 뒤 한국중공업 민영화 과정에서 회사를 떠나야 했다. 그중 한 명이었던 삼성중공업 설계총괄부장 출신 조용수 신텍 대표이사는 ‘중대형 보일러 시장을 한 회사가 독점할 수 있을 리 없다’는 신념으로 동료 5명과 함께 2001년 경남 창원에서 회사를 차렸다.
“기업들이 미래를 위해 거액을 투자하고 인재를 키웠는데 정부가 그걸 짓밟은 겁니다. 참 분개했고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인터뷰 중에도 조 대표는 2000년 당시 얘기가 나오자 아직도 화가 덜 풀린 듯 열변을 토했다. 신텍은 처음에는 자본도 설비도 없어 설계 용역을 했고 그 뒤 몇 년 동안은 산업용 보일러 유지보수 업무를 했다. 수십 년 경력의 전문가들이 모였는데도 회사 이름으로 된 수주 실적이 없어 수주를 못하고 애태우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2004년 포스코 광양제철소의 발전설비 주기기 공급자로 선정돼 드디어 신텍 이름으로 실적을 쌓은 뒤로는 승승장구였다. 함안에 1, 2공장을 짓고 50여 건을 수주했으며 해외로 진출해 2008년에는 3000만 달러 수출의 탑을 받았다. 직원은 250명가량으로 늘어났으며, 그중 100여 명은 옛 삼성중공업과 그 관계사 출신이다. 함께 회사를 세운 5명은 모두 현재 신텍 임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회사의 성공이 인재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너무 잘 아는 그이기에 인력 양성에 대한 의지는 확고하다. 그는 “우리 회사 핵심인재 100명의 가치는 1000억 원이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공-해양-원자력설비 시장도 진출 계획
아무리 최근 성장세가 무섭다고 해도 목표가 너무 거창한 것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기회와 위기요소를 설명하는 조 대표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엔지니어 출신이고 우리가 하는 일이 어떤 건지 정확히 알기에 절대 자만하지 않고 냉철하게 판단해 회사를 키워나갈 겁니다.”
함안·창원=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