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이 비공개로 제3의 장소에서 직접 질의“사적서신 불과해 조치 안취해” 황차관, 진정서 묵살의혹 해명
검사 등의 불법자금 및 향응 수수사건 진상규명 특별검사팀이 황희철 법무부 차관을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하고도 황 차관 측의 요청에 따라 이를 이틀 동안 감추는 등 특검의 권위를 스스로 손상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민경식 특별검사는 12일 오후 4시 서울 서초구 양재동 교육문화회관 회의실에서 부산지역 건설업자 정모 씨의 진정 묵살 의혹을 받고 있는 황 차관을 피내사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특검팀은 황 차관에 대한 조사 방법과 조사 사실 공개 등에서 다른 조사 대상자들과 달리 이례적인 예우를 했다. 특검팀은 황 차관이 현직 차관이라는 이유로 특검 사무실로 소환하지 않고 제3의 장소에서 조사를 했고, 조사일도 일반인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일요일을 선택했다. 또 황 차관을 예우한다는 차원에서 민 특검이 직접 조사를 했다.
이준 특검보는 “현직 차관 예우 차원에서 ‘제3의 장소’로 조사 장소를 정했고, 특검이 직접 조사를 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황 차관이 현직 고검장급이어서 사법시험 선배인 민 특검(사법시험 20회)이 직접 조사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히고 있다.
광고 로드중
특검팀은 황 차관을 조사한 사실을 공개하는 시기를 놓고도 ‘국회에서 논란이 되는 것을 피하게 해 달라’는 황 차관 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16일 이후에야 이를 공개하려 했다. 황 차관 측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16일까지 열리는 만큼 국회에서 황 차관이 곤란한 질문을 받지 않도록 조사 사실을 그 이후에 발표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특검팀은 14일 오전 일부 언론에 황 차관 조사와 관련된 보도가 나오자 황 차관을 조사한 사실을 뒤늦게 황급히 공개했다. 특검팀은 그동안 박기준 전 부산지검장과 한승철 전 대검찰청 감찰부장 등 주요 조사 대상자에 대해선 소환 일정을 사전에 공개해 왔다.
한편 황 차관은 특검 조사에서 ‘올해 2월 진정서 성격의 문건 3장을 팩스로 보냈으나 묵살당했다’는 정 씨의 주장에 대해 “팩스 내용은 정 씨가 억울함을 주장하는 사적인 서신에 불과해 별도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황 차관을 직무유기 혐의로 기소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