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타석 한 타석 마지막이라 생각”
김재현은 지난해 KIA와의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올 시즌 후 은퇴하겠고 깜짝 발표했다. 체력이 달려서도, 기량이 떨어져서도 아니다. 팬들은 물론 구단도 그의 은퇴를 아쉬워한다. 여러 차례 은퇴 번복을 설득했지만 그는 요지부동이다.
남들은 은퇴하라고 해도 버티는 마당에 왜 굳이 은퇴를 하려는 것일까. 그는 “예전부터 힘이 남아 있을 때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해 왔다. 미루다 보면 언제 떠나야 할지 알 수 없게 되고 결국 후회하게 될 것 같았다”고 했다. 그는 “매 타석 이게 마지막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들어선다. 이왕이면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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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후 유니폼을 벗겠다”며 외국에서도 사례를 찾기 힘든 ‘예고 은퇴’를 선언한 SK 김재현의 야구 인생은 파란만장 그 자체였다. 신인으로 1994년 LG의 우승을 이끌었고 2007, 2008년에는 SK에서 챔피언에 오르며 영광을 누렸다. 반면 2002년 고관절 수술과 이듬해 팀 이적 등 힘들었던 순간도 적지 않았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SK는 8개 구단 중 가장 훈련을 많이 하는 팀이다. 육체적으로 가장 힘들다. 하지만 모든 선수가 기꺼이 고통을 감내한다. 우승이라는 지상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다. 김재현은 “지난달 말에도 2위 삼성에 2경기 차로 쫓기는 등 위기가 찾아왔다. 하지만 우리 팀 선수들은 어떻게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지 안다. 그렇게 고생했는데 결코 질 수 없다는 생각으로 똘똘 뭉쳐 있다. 이런 후배들이 어떻게 자랑스럽지 않겠나”라고 했다.
○ 선두 SK의 원동력은 희생
김재현은 자존심이 강한 선수다. LG의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그는 2002년 고관절 부상을 당한 뒤 색안경을 끼고 자신을 바라보는 팀에서 큰 상처를 받았다. 자유계약선수(FA)가 된 2003시즌 후 그는 미련 없이 SK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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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프로 통산 15번째로 200홈런을 달성한 그는 “선수 생활 오래 하다 보니 나오는 기록”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도 가장 인상적인 홈런을 꼽아달라고 했더니 5월 16일 두산전에서 켈빈 히메네스를 상대로 친 역전 3점 홈런이라고 했다. 그 홈런으로 팀이 상승 가도를 달릴 수 있었다는 게 이유였다.
○ 남자의 눈물, 이번에는
데뷔 후 17년간 그는 많은 기쁨과 좌절을 맛봤다. 신인이던 1994년 LG의 우승을 이끌었고 2007년과 2008년에는 SK에서 챔피언에 올랐다. 2007년 한국시리즈 MVP도 그의 차지였다. 반면 2002년 불의의 고관절 수술과 이듬해 팀 이적, 그리고 2007년 반쪽 선수 전락 등 우울한 순간도 적지 않았다. 그래도 그는 한 번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그는 “만약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다면 울었을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 SK는 투수 김광현, 포수 박경완 등 주전 선수들의 줄부상 속에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KIA와의 한국시리즈에서도 7차전까지 가는 명승부 끝에 준우승에 머물렀다. 김재현은 “지난해 준우승에 그치면서 올해는 반드시 우승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고 했다. 만약 올해 우승한다면 어떨까. 그는 “어느 때보다 치열하고 절실했던 만큼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지 않을까”라고 했다. 올가을 팬들은 명예롭게 떠나는 남자의 뜨거운 눈물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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