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꺼운 세균막 만들어 항생제 차단, 들어온 항생제는 약물 펌프로 배출, 박테리아끼리 내성 유전자 교환
아시네토박터균 사진 제공 경북대
박테리아가 슈퍼박테리아가 되는 경우는 여러 가지다. 항생제가 박테리아 세포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박테리아의 세포막에는 통로 역할을 하는 수백 개의 단백질이 있다. ‘통로 단백질’을 통해 영양분을 공급받고 노폐물은 내보낸다. 항생제 역시 이 통로를 이용해 박테리아 세포 안으로 침투한다. 하지만 아시네토박터균은 특정 항생제가 이용하는 통로 단백질을 만들지 않는다. 그래서 항생제가 들어가지 못한다. 경북대 의학전문대학원 김정민 교수는 “아시네토박터균은 세포 외벽에 균막을 두껍게 만들어 항생제의 침입을 막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다른 박테리아의 ‘내성 유전자’를 받아 슈퍼박테리아가 되기도 한다. 박테리아 세포 안에는 ‘플라스미드’라는 고리 모양의 유전자(DNA)가 있는데, 이를 이용해 박테리아끼리 유전자를 교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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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슈퍼박테리아를 잡는 ‘슈퍼 항생제’ 개발 연구가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항생제를 강하게 만들기보다는 슈퍼박테리아가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단백질 생산을 방해하는 ‘우회전략’을 택했다.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이상엽 교수 연구팀은 아시네토박터균의 유전자 지도에서 대사작용에 관여하는 유전자 650개를 뽑아 컴퓨터상에서 ‘가상 세포’를 만들었다. 연구팀은 유전자가 만드는 778개 대사산물을 분석해 필수적인 9개를 찾았다. 대사산물은 소화와 같은 작용에서 만들어지는 화학물질로 생체반응에서 ‘감초’ 역할을 한다. 이 교수는 “필수 대사산물의 작용을 막는 항생제를 만들면 슈퍼박테리아를 쉽게 물리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이스라엘 바이츠만연구소 아다 요나트 박사도 슈퍼 항생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변태섭 동아사이언스 기자 xrock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