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나라’ 핀란드인들이 택한 최후의 선택은?
지난달 23일 부산 사하구의 한 아파트에서 A 양이 투신자살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아파트 23층에선 A 양의 신발과 가방, 학교생활을 비관하는 유서가 발견됐습니다. 같은 달 19일에는 부산에서 하루 동안 청소년 3명이 잇따라 목숨을 끊었습니다. 최근 초중고교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엔 우리나라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초중고교생이 처음으로 한 해 200명을 넘었습니다. 이틀에 한 명꼴로 청소년이 자살을 선택하는 실정입니다.
이유는 다양합니다. 가정 문제, 우울증, 성적 비관, 이성 관계 순으로 조사 결과가 나타납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자살이 전체의 29%에 달합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70여 일 앞으로 다가오자 수험생이 주로 활동하는 인터넷 카페의 자유게시판에 ‘막막하다’ ‘살고 싶지 않다’는 글이 종종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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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핀란드는 자살률 또한 세계 1, 2위를 다툰다고 합니다. 핀란드의 작가 아르토 파실린나는 핀란드에서 벌어진 기발하고 웃긴 자살여행에 관해 소설을 썼습니다. 책 ‘기발한 자살여행’입니다. ‘기발한’과 ‘자살’, 그리고 ‘여행’. 전혀 어울리지 않는 단어의 조합이죠? 책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 책 속에서 키워드 찾기 ■
노르웨이로 향하던 길이었습니다. 작은 호수 인근에 자살희망자들을 태운 버스가 잠시 정차했습니다. 붉게 작열하는 한밤중의 태양빛을 받으며 자살희망자들은 두고 온 조국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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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살아갈 이유가 없다며 집단자살에 합의한 사람들의 행동이 기이합니다. 발길 닿는 대로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자유가 생겼습니다. 달성해야 할 목표, 불확실한 미래, 직장 스트레스, 가족 부양의 책임과 중압감에서 벗어나자 절망이 점차 사라집니다. 이젠 다른 사람들을 동정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까지 생깁니다. 과연 그 자살희망자들이 진정으로 원한 것은 죽음이었을까요, 삶이었을까요?
우여곡절 끝에 자살버스는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해발 300m의 벼랑 끝에는 얼음장 같은 북극해가 펼쳐져 있습니다. 드디어 운명적인 순간이 왔습니다.
‘“아무도 여러분에게 굳이 함께 죽으라고 강요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끝으로 한 번 더 강조하고 싶소. 여러분 모두 각자 자신의 운명에 대해 다시 한 번 심사숙고해 보길 바라오. 버스의 문은 열려 있고, 누구나 자유롭게 그 문을 이용할 수 있소. 저 밖에서 삶은 계속될 거요.” 대령의 마지막 권유에 당황한 듯 침묵이 이어졌다. 자살자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혹시 누군가가 버스에서 내려 살아남으려는 생각을 품은 것은 아닐까? 속도계의 바늘이 위로 치솟고, 바퀴들이 길을 따라 쏜살같이 돌진했다. 낭떠러지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다가왔다. 버스가 미친 듯이 점점 더 빠르게 질주했다. 얼음 바다의 차가운 무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별안간 운전석 위쪽의 붉은 등이 깜박거리고 차 안 여기저기서 날카로운 신호음이 울렸다. 살고 싶어 하는 많은 손들이 높이 올라가 정차 스위치를 눌렀다.’(217∼219쪽)
자살여행의 결말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오늘에 시달려 내일에 대한 희망과 의지를 잃어버렸던 사람들은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될까요? 희한한 것은 무서운 제목의 책을 읽다 보면 가슴이 따뜻해지고 잊었던 무엇인가가 생각난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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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부정적이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 일까요. 1000자 이내로 정리해 보세요.
②‘자살’이란 두 글자를 거꾸로 하면 ‘살자’가 됩니다. 두 단어를 주제로 에세이를 써보세요.
기자의 e메일로 위의 생각을 정리한 글을 보내준 독자 중 다섯 분을 선정해 책을 선물로 보내드립니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