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이병주는 “태양에 바래면 역사가 되고 월광(月光)에 물들면 신화가 된다”고 했다. 한국에서 ‘역사와 신화’가 가장 많은 기업으로 포스코를 빼놓을 수 없다. 박태준 명예회장이 1970년 4월 1일 포항제철소 착공식에서 “공사 기일을 맞추지 못하면 우리는 전원 저 오른쪽에 보이는 영일만에 들어가 빠져 죽는다”고 다짐한 데서 ‘우향우 정신’이란 말이 나왔다. 회사 창설멤버 39명이 밤낮 없이 일하던 영일만 앞 모래벌판의 2층짜리 목조건물은 ‘롬멜 하우스’로 불린다. 박정희 대통령은 정치인이나 관료의 금품 요구나 이권 및 인사개입을 막기 위해 “박태준을 건드리면 누구든 가만히 안 둔다”고 친필로 쓴 ‘종이 마패’를 박태준에게 주었다.
▷요즘 포스코는 ‘포스코 3.0시대’의 경영혁신을 강조한다. 포항 광양제철소 건설이라는 창업의 1.0시대와 민영화, 회사명 변경, 파이넥스 설비 준공 등 수성(守成)과 성장의 2.0시대에 이어 글로벌 경제위기를 새로운 기회로 삼아 도약하자는 다짐이다. 철강 중심의 단일사업에서 벗어나 에너지 건설 자원개발 등 비철강 분야를 함께 키워 종합그룹으로 도약하고 글로벌화에 박차를 가하려는 것이다. 최근 대우인터내셔널 인수 절차의 마무리는 포스코 3.0시대의 본격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 성격을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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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