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임명의지 워낙 강해서 검증 제대로 못했을 것"
30일 충남 천안시 지식경제부 공무원연수원에서 열린 한나라당 연찬회에 안상수 대표(앞줄 왼쪽)와 김무성 원내대표(앞줄 오른쪽)가 앉아 있다. 이날 공직 인사 검증 라인 인책론을놓고 안 대표와 김 원내대표는 미묘한 시각차를 보였다. 천안=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 인책론 vs 신중론
이날 충남 천안시 지식경제부 공무원 연수원에서 열린 연찬회에선 개각의 인사검증 라인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친박(친박근혜)계인 서병수 최고위원도 기자들과 만나 “책임 있는 사람은 마땅히 책임져야 하며, 자리와 사람도 필요에 따라 바꿔야 한다”고 가세했다.
일부 의원은 인사비서관 중심의 인사 라인과 민정수석비서관을 정점으로 한 검증 라인이 엇박자를 내는 바람에 부적격자가 걸러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한 3선 의원은 “김 총리,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대통령의 임명 의지가 워낙 강해서 인사 라인이 검증 결과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무성 원내대표가 이날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이번 인사 검증에서 배제된 것 아니냐”고 말한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청와대에 대한 일방적 비판을 자제하자는 의견도 없지 않았다.
○ 한나라당 지도부의 다른 목소리
이날 연찬회에서는 청와대 인책론을 놓고 안상수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견해가 미묘하게 엇갈렸다.
안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새롭게 출발하자”며 인책론 제기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친이 직계 일부 의원도 “지금은 책임을 거론할 때가 아니라 청문회 제도의 문제를 보완할 때”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원내대표는 이날 일부 초·재선 의원과 비슷한 톤으로 청와대 인책론을 거론하고 나섰다.
이날 일부 친이 직계 의원을 중심으로 이번 청문회 사태가 빚어진 책임을 청와대뿐 아니라 당에서도 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 친이 직계 의원은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당이 김 후보자 측과 사전 협의도 안했다. 청문위원도 야당에 비해 너무 약한 의원들로 포진됐다. 원내 대책 수립에 문제가 많았다”고 비판했다.
○ “정부, 말로만 친서민” 질타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으로부터 ‘2011년 예산안 및 세제개편안’ 보고를 들은 뒤 “재정부가 친서민 예산을 삭감하고 오히려 친서민에 반하는 세제개편안을 마련했다”고 비판했다.
권영진 의원은 “정부는 말만 서민, 서민 하면서 실제로 예산을 뒷받침하지 않고 있다”며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를 도입하면서 저소득층 성적우수자에 대한 장학금 지원을 약속했으나 예산편성이 안 돼 한 푼도 못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희수 의원은 “자영업자 400만∼500만 명의 세 부담이 늘어나는 등 오히려 친서민에 반대되는 쪽으로 세제개편안의 방향이 잡혔다”며 “이 사람들이 정부를 칭찬하겠는가, 욕하겠는가. 정부가 정무적 감각을 가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천안=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