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자 양혜왕은 오십 보 패주한 병사가 백 보 패주한 병사를 비웃을 수는 없다고 했다. 不可란 옳지 않다는 뜻이다. 양혜왕이 그렇게 대답한 것은 오십 보 패주나 백 보 패주나 ‘패주’라는 점에서는 같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直不百步耳의 直은 但(단)과 같고 耳는 한정의 뜻을 지닌 종결사다. 百步는 백 걸음을 패주했다는 뜻의 동사어구로 전성되었으므로 그 어구를 부정하기 위해 非가 아니라 不을 사용했다.
양혜왕의 대답은 보편상식에 근거한 판단이어서 누구라도 이미 예상할 수 있었다. 그 대답을 받아 맹자는 ‘王如知此시면 則無望民之多於(린,인)國也라’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如∼則∼은 ‘만일 ∼하면 그렇다면 ∼이다’다. 無는 금지사, 於는 비교의 뜻을 지닌 개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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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