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변별력 낮아지면 입학사정관제 영향 커져면접·토론·봉사활동 등 ‘유리한 전략’ 찾기 고심
고교 선택을 앞둔 시점에서 최근 2014학년도 수능 개편 방안이 발표되자 두 변화를 동시에 겪게 될 중3 학생과 학부모의 고민이 깊어졌다. 사진은 26일 동아일보와 ㈜하늘교육이 공동 주최한 ‘특목고 판도 예측 및 고교 전략 설명회’에 참석한 학부모의 모습. 사진 제공 ㈜하늘교육
올 6월 한국외국어대부속용인외고(용인외고)가 자율형 사립고로 전환하자 박 군과 어머니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용인외고에서 자연과학계열을 선택해 공부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이들은 다시 고민에 휩싸였다. 2014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 방안 때문이다. 학생들의 수능 부담을 줄이기 위해 수능 난도를 낮춘다면 수능의 변별력은 떨어지기 마련. 이에 따라 수능 비중이 약화되고 수시 모집이 크게 늘 것이라는 예측이다.
박 군의 어머니는 “대학별고사가 어려워지면 심화서술형 문제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 수업하는 과학고가 유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 군은 “9월에 당장 과학고 원서접수가 시작되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고입, 대입이 모두 바뀌는 중3은 이리저리 쫓아다니다가 끝날 운명인 것만 같다”고 하소연했다.》
‘실험쥐가 된 중3.’ 고교 입시와 수능 개편을 동시에 맞게 된 중학교 3학년과 학부모 사이에 떠도는 말이다. 최근 중장기 대입선진화 연구회의 ‘수능시험 개편 방안’ 발표에 따라 바뀐 수능을 첫해 치르게 되는 중3들은 혼란스럽다. 언어, 수리, 외국어영역이 국어, 영어, 수학으로 바뀌고 최대 네 과목을 치르던 탐구영역은 한 과목으로 줄었다. 국어, 영어, 수학은 A, B 유형 중 선택할 수 있다.
수능은 아직 먼 얘기다? 과학고, 자율형사립고, 외국어고 등에서 단 한 곳을 선택해야 하는 상위권 학생과 학부모의 생각은 다르다. 학습 로드맵의 최종 관문은 대입이다. 학생과 학부모는 철저히 대입을 염두에 두고 고교를 선택한다. 어떤 고교를 선택하는지에 따라 대학 합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9월부터 시작되는 특목고 원서접수를 앞두고 고민하는 중3과 학부모들을 만나봤다. 고입과 대입이 긴밀하게 맞물린 상황에서 당사자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중3 아들을 둔 학부모 이모 씨(40·여·서울 강남구 대치동)는 이번 수능 개편 발표 후 아들의 진로를 외국어고에서 자율형사립고로 틀어야 할까 고민이다. 아들은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길 원한다. 이 씨의 망설임은 외고 입시가 영어 내신 성적과 면접만으로 이뤄진다는 것에서 비롯됐다. 예전처럼 까다롭게 학생을 선발하지 않기 때문에 최상위권 학생이 몰리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 때문.
이 씨는 “학생들의 (성적)스펙트럼이 넓어지면 외고가 지금과 같은 높은 수업수준을 유지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망설임엔 이번 수능 개편안도 한몫 했다. 제2외국어가 수능에서 배제되거나 축소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과거 탐구영역 중 한 과목을 제2외국어로 대체할 수 있던 외고생의 이점이 사라졌다.
이번 개편방안이 중3의 고입 선택을 직전에 두고 발표되자 학부모들의 혼란이 가중됐다. 특목고나 자율고를 준비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은 지난 여름방학 동안 학교별 전형을 대비했다. 개학 직후 중학교에선 특목고나 자율고 지원자를 파악해 교장과 교사의 추천서 등을 준비한다.
하장범 ㈜타임교육 중장기학습플랜연구소 소장은 “입학사정관 전형이 확대되고 이 전형에선 진로설정이 중요한 만큼 요즘 학생과 학부모는 중장기적인 로드맵에 따라 움직인다”면서 “로드맵의 마지막 지표가 대입과 수능인데 지표가 변하니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전략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고교와 대입 전반에서 면접, 토론, 논술 등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예측에 따라 지난 방학 때 서울 대치동 일대에선 면접과 논술 대비 특강이 성행했다. 외국어고 면접을 대비하는 일부 특강은 2주 수업에 수업료가 140만원에 이르기도 했다.
봉아름 기자 er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