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65세 이상 전직 국회의원들에게 품위유지 명목으로 매달 120만 원씩 지급하도록 하는 법을 슬그머니 만든 것은 염치없는 일이다. 국회는 올해 2월 헌정회 육성법을 개정해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는 헌정회의 운영 및 65세 이상의 연로회원 지원 등을 위해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조항을 새로 넣었다. 전직 국회의원 모임인 헌정회는 1988년부터 연로회원들의 최소 생활보장과 품위유지를 위한 사업비 명목으로 국고에서 지원받은 자금 일부를 떼어내 다달이 회원들에게 지급해왔다. 그동안 관행에 따라 지급되던 지원금을 이번에 아예 법으로 명문화한 것이다. 국회는 운영위원회, 법사위원회, 본회의에 이르는 심의 절차를 단 하루 만에 찬반토론 없이 통과시켰다.
헌정회는 올해 지원금을 1인당 월 120만 원으로 책정했다. 지난해의 경우 헌정회 예산 중 100억 원 이상이 연로회원들에게 지급됐다. 모두 국민 주머니에서 나온 돈이다. 지원금은 국회의원 재직기간이 1년 미만인 사람도, 금고 이상의 유죄확정 판결을 받은 사람도, 징계에 의해 제명된 사람도 모두 지급 대상이 된다. 개인재산 규모나 다른 연금을 받는지도 따지지 않고 사망할 때까지 받는다. 특혜 중의 특혜가 아닐 수 없다.
국리민복(國利民福)을 위해 처리해야 할 법안이나 예산 심의는 뒷전이고 정쟁(政爭)으로 날을 새우기 일쑤인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미래 지갑을 채우는 데는 여야가 따로 없다. 그렇게 국가예산이 남아돈다면 월 9만 원에 불과한 6·25 참전유공자의 참전명예수당이나 평균 11만2000원밖에 되지 않는 장애인연금부터 먼저 챙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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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들의 연금은 신분과 예우를 법률로 정하도록 한 헌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입법권을 갖고 있는 국회의원들이 그들만의 ‘종신 연금’을 법으로 뚝딱 만든 것은 입법권 남용이자 국민 배신행위다. 국회는 특권적인 지원금을 당장 폐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