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마음을 사로잡던 문제를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어 그게, 음악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친구의 눈가가 찡그려졌다. “야, 그런 게 문제냐? 철 좀 들어라.” 속상하진 않았다. 당연히 그런 반응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답답함은 깊어졌다.
“음악은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어요.” 11일 ‘앱솔루트 클래식’ 기자간담회에서 첼리스트 겸 지휘자 장한나 씨는 이렇게 말했다. 장 씨는 서류심사와 동영상 오디션으로 선발한 100여 명 규모의 오케스트라를 2주 동안 연습시켜 28일까지 성남아트센터에서 세 차례의 연주회를 연다. “물 한 방울은 작지만 물방울이 모이면 나무가 자라나고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죠. 한 사람씩 음악이 주는 감동을 나누다 보면 세상은 아름다워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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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어떻게 음악이 세상을 바꾼다는 말인가. 사실 이는 증명하기 난감한 명제다. 음악을 연주하거나 듣고 자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사회에 공헌한다든가 성취욕이 높다는 식의 검증된 통계는 없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사회 음악 훈련 프로그램 ‘엘 시스테마’의 결실로 ‘시몬 볼리바르 청소년 교향악단’이 세계적 조명을 받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범죄율을 낮추고 빈민층 어린이의 계층 극복 효과도 크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그러나 이 경우도 음악의 힘이 청소년들의 정신세계를 고양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인지, 단지 함께 호흡을 맞추는 오케스트라의 ‘참여적’ 특성이 효과를 나타낸 것인지는 검증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장 씨와 정 씨의 열정에 공감하는 것은 세상이 증명할 수 있는 일로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 씨는 “일상에서 느낄 수 없는 경이로운 체험을 30∼40분 동안 압축해 경험하게 해주는 게 클래식이고 교향악”이라며 행사를 통해 ‘감동의 에너지’가 퍼져나가도록 하겠다고 했다.
세상을 감동의 에너지로 채울 것이라면 연주에 참가하지 않는 청중의 참여도 늘렸으면 좋겠다. 다행히 장 씨는 행사기간에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갖는다. 내년 이후엔 악기를 연주하지 않는 청소년들이 무대 뒤에서 벌어지는 일들까지 체험할 수 있었으면 한다. 이는 연주자들에게도 좋은 일이다. 물고기에게 물이 필요하듯 연주자에게는 호기심과 열정을 갖춘 관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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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윤종 문화부 차장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