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일본 경제가 3위로 추락한 것은 만성적인 저성장 구조 탓이다. 일본은 1990년대 부동산 거품 붕괴 이후 장기불황에 빠졌으며 여기에는 정책실패가 큰 영향을 미쳤다. 과도한 금융완화가 거품을 발생시켰고 성급한 금융긴축이 거품을 붕괴시켜 장기불황의 늪에 빠졌다. 거시경제정책의 안정적 운용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보여준다. 부동산 거품이나 물가 불안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거품을 초래할 수 있는 저금리의 장기화는 피해야 한다.
정책 실패-구조개혁 미흡의 결과
셋째, 일본 경제는 산업구조 측면에서도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다. 일본 경제 성장을 견인해온 제조업 부문에서 한국 중국 등 신흥국의 강력한 도전에 밀리는 데다 제조업이 자동차 전기 기계 등 일부 업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수출 주력 업종을 확대하고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및 전문화를 통해 제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함을 보여준다. 내수, 수출부문의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교육, 의료 등 서비스산업의 규제 완화와 선진화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
넷째, 한국의 대기업들은 일본 기업이 부러워할 만큼 신속한 의사결정으로 신흥시장을 선점하고 글로벌시장 개척에 우위를 보이고 있어 다행스러우나 비즈니스 수익모델 창출력을 높여야 한다. 일본은 부품·소재 중소 중견기업들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가졌으나 미국의 인텔, 애플처럼 부품·소재를 사용한 고수익 상품을 개발하여 파는 비즈니스 구상능력이 강한 대기업이 없다. 대일 무역적자의 주요 요인인 부품·소재산업의 육성뿐 아니라 인텔, 애플 등과 경쟁하기 위한 비즈니스 구상능력 향상이 한국 기업에도 중요한 과제다.
다섯째, 일본보다 고령화 속도가 더 빠른 우리나라의 경우 다문화사회에 대한 이해와 저출산 고령화 대책을 강력히 시행하여 나중에 재정부담이 더 가중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우리도 경제시스템 선진화 시급
일본 경제의 위상 하락은 제조업 의존 및 수출 주도형 전략을 추구해온 우리에게 갈 길이 만만치 않음을 시사한다. 빠른 위기극복에 자만하지 말고 저성장의 늪에 빠지기 전에 성장잠재력 확충, 산업구조 고도화 및 경제시스템 선진화에 국력을 결집해야 한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