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국대사관저 찾아 ‘MB와의 제주회담’ 회상중“한국이 정말 좋다” 눈시울…이후 총리담화 발벗고 지원
한일 외교 관계자에 따르면 권 대사는 이 자리에서 하토야마 전 총리가 취임 직후인 지난해 10월 양자회담으로는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한 일이며, 당시 미유키(幸) 여사가 이명박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와 함께 담근 김치를 맛보며 한국말로 “밥도 주세요”라고 한 일을 떠올리면서 ‘한국 사랑’에 감사를 표했다.
또 권 대사는 하토야마 전 총리의 ‘마지막 외교’였던 5월 말 제주도 한중일 정상회담을 상기시키면서 “이 대통령도 총리에게 굉장한 신뢰를 갖고 있다. 한국을 끔찍이 사랑하시는 데 대해 매우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시 권 대사의 부인이 미유키 여사를 제주도 곳곳의 관광지로 안내한 일도 화제에 올랐다. 권 대사는 “총리께서 당시 제주도 호텔 테라스에 날아든 새를 보고 ‘고향의 새’를 떠올리며 사퇴를 생각했다는 에피소드가 언론에 보도됐다”며 하토야마 전 총리의 ‘처음과 끝’이 모두 한국과의 인연에 닿아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하토야마 전 총리는 “한일병합 100년 총리담화를 잘해 볼 생각이었는데 물러나게 돼 아쉽다”며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의 담화를 성사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그는 총리담화 성사를 위해 발 벗고 뛰었다. 친분이 두터운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관방장관을 통해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죄가 담화에 꼭 들어가야 한다”는 등 담화 내용을 일일이 챙기는가 하면, 담화에 부정적인 의원들을 설득하기도 했다. 특히 담화에 포함된 ‘사할린 잔류 한국인 지원’은 하토야마 전 총리의 의중이 반영된 대목이라고 한다. 하토야마 전 총리를 ‘한일관계의 최대 우군’이라고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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