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중 만난 의사와 환자들은 “암 치료가 끝나도 암은 끝난 것이 아니다”라며 “암을 완치해도 암을 겪기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기업 간부 A 씨는 대장암을 극복했지만 심각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다. 승진을 앞두고 사내에 “A 씨는 대장암 수술을 받았는데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얘기가 떠돌았다. 결국 이사 승진 문턱에서 좌절했다. A 씨는 요즘 정신과 전문의의 상담을 받고 있다. 모든 걸 잃었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암 생존자는 늘 재발의 공포에 시달린다. 그래서 다른 질환에 걸리리라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하지만 병원은 암 검진만 해줄 뿐 다른 질환에 대해선 관여하지 않는다. 대장암을 완치한 환자 B 씨는 6개월마다 정기 검진을 받고 있다. 의사는 혈액검사 결과를 알려주면서 “콜레스테롤 수치도 높다”고 말했다. 다른 설명은 없다. B 씨는 불안한 마음에 가정의학과를 찾아 진료를 받았다. 하지만 B 씨와 달리 대부분 암 생존자는 암만 재발하지 않으면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2015년이면 암 생존자가 100만 명이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암 환자를 암 생존자로 부르는 것은 듣기 좋은 소리여서가 아니다. 개념을 담는 그릇(언어)을 바꾸면 인식도 바뀐다. 외국에서는 가족, 친구, 간병인까지 암 생존자로 분류하기도 한다. 고통을 함께 나누기 때문이다. 우리는 ‘암 예방의 날’을 기념하지만 선진국은 ‘암 생존자의 날’을 정해 편견을 깨려고 노력한다.
마침 보건복지부가 암 생존자 관리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고 하니 지켜봐야겠다. 의료기술이 뛰어나다고 의료선진국인 건 아니다.
우경임 교육복지부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