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이대호(왼쪽)의 대기록 뒤에는 지난해 12월 결혼한 아내 신혜정 씨의 든든한 내조가 있었다. 지난해 자신의 생일인 6월 21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신 씨에게 프러포즈를 한 이대호가 커플티를 들어 보이며 활짝 웃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9경기 연속 홈런을 터뜨리며 야구팬을 깜짝 놀라게 한 이대호의 뒤에는 두 여인이 있었다.
소년 이대호를 키운 건 부산 수영 팔도시장에서 된장장사를 하던 할머니였다. 세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도 헤어진 이대호를 할머니가 껴안았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유년기. 부산 수영초교 4학년 때 야구를 시작할 수 있게 격려해 준 것도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손자를 늘 '우리 야구선수'라고 부르며 온 정성을 쏟았다.
이대호가 경남고 2학년 때 돌아가신 할머니는 그에게 이 세상 누구와도 견줄 수 없는 물질적, 정신적 조력자였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에도 이대호는 할머니의 사랑이 있었기에 다정다감한 성품과 내적 강인함을 동시에 갖춘 외유내강형 선수로 자랄 수 있었다.
시즌이 끝나면 빠지지 않고 양로원을 방문하는 것도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다. 그는 독거노인 연탄 배달, 치매노인 목욕 봉사 등 할머니께 못 다한 효도를 다하기 위한 봉사활동에 열심이다. 이대호는 중요한 순간마다 "힘겹게 살아가는 노인들을 보면 고생만 하다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이 난다"고 했다.
신 씨에 대한 이대호의 사랑은 결혼 전부터 화제였다. 이대호는 일찌감치 여자친구와의 열애 사실을 공개하며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이대호의 야구용품에는 대호-혜정을 의미하는 'DHJ'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다.
결혼 전부터 내조의 여왕을 자처하며 이대호 옆을 지킨 신 씨의 힘은 지난해 12월 결혼 후 진가를 드러낸다. 올 시즌 트리플 크라운급 활약을 펼치고 있는 데도 결혼에서 오는 안정감을 뽑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KIA 거포 최희섭도 시즌 전 이대호의 타격-홈런-타점 3관왕을 예상하며 "결혼한 이후 부쩍 심리적 안정감이 생간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대호도 "결혼하길 정말 잘 했다. 전에는 집에 오면 혼자였는데 이제 아내가 기다리고 있다. 집 밥을 먹으니 전보다 책임감도 강해졌다"며 뿌듯해했다. 이대호의 결혼 예찬론은 후배들에게 조기 결혼 설파로 이어졌다. 이대호는 류현진 등 후배들과 만난 자리에서 "빨리 결혼해라"는 조언까지 아끼지 않는다.
이대호는 가족의 사랑을 받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내리 사랑으로 이어가고 있다. 대기록 달성 뒤에는 하나뿐인 피붙이 형 이차호 씨(32)가 8일 낳은 첫 조카 똑띠(태명)가 준 생명의 힘도 한몫했다. 8일은 때마침 이대호가 처음으로 한 시즌 30홈런을 날린 날이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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