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민단체 주최 위령제 참석나시모토 씨 “과오 잊지 않을 것”
일본 왕족 나시모토 다카오 씨가 11일 오전 교토에서 열린 ‘이총 위령제’에 참석해 무릎을 꿇고 제단에 잔을 올리려 하고 있다. 교토=민병선 기자
11일 오전 일본 교토(京都) 미미즈카(耳塚·귀무덤)에서는 한국 겨레얼살리기국민운동본부(이사장 한양원)가 주최한 ‘이총 위령제’가 열렸다. 2007년부터 해마다 광복절 즈음에 이곳에서 열린 행사는 올해 의미가 각별하다. 일본 왕족으로는 처음으로 나시모토 다카오(梨本隆夫) 씨가 헌작(獻爵·잔을 올림)·헌화하고 조상의 잘못을 사과했기 때문이다.
미미즈카는 임진왜란 때 왜군이 조선인 12만여 명의 귀와 코를 묻은 무덤이다. 왜군은 전리품으로 무거운 머리 대신 귀와 코를 베어 소금에 절인 뒤 일본으로 가져왔다. 무덤 100m 앞에는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를 신으로 모신 도요쿠니(豊國) 신사가 있다. 무덤은 1969년 일본 국가 사적으로 지정됐다.
일본 교토에 있는 귀무덤. 동아일보 자료 사진
“400년 동안 타국 땅에 묻힌 이 원통한 심정을 어찌 다 말로 하리오….”
우리 가락과 어우러진 애달픈 시가 울려 퍼지자 행사장은 일순간 숙연해졌고 사람들은 눈가를 훔쳤다. 청어람우리춤연구회 단원들은 살풀이 군무로 원혼을 달랬다.
3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 속에 2시간 넘게 진행된 행사에는 교토, 오사카(大阪)민단 관계자 등 재일동포 100여 명도 참석했다. 왕청일 교토민단장은 “세월이 지날수록 일본인과 동포들도 미미즈카의 존재를 잊고 있다”며 “일본이 침략의 과거를 반성할 때만 동반자로서의 새로운 한일 관계가 정립될 것”이라고 밝혔다.
나시모토 씨는 “서울 남산의 단군 사당을 철거하고 신사를 세운 것 등 우리 조상이 저지른 많은 과오를 알고 있다”며 “한국인의 눈물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교토=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