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석 회의서 “오락가락 軍발표가 불신 키워” 강력 성토
청와대가 11일 북한의 해안포 발사에 대한 군 당국의 발표가 하루 만에 번복된 경위를 놓고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청와대는 또 천안함 사건 직후에도 불필요한 사실은폐와 발표번복 논란을 빚었던 군의 보고체계가 이번에 다시 삐걱댄 것으로 보고 시스템 개선을 위한 종합적인 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가 끝난 뒤 이 사안의 심각성에 대해 보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의 조사가 이 대통령의 직접 지시에 따른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군이 9일 서해상에서 남쪽으로 발사한 해안포 110여 발 가운데 10여 발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왔다는 현장근무 초병의 보고를 받고도 “안 넘어왔다”고 발표했다가 이튿날인 10일 “넘어온 게 맞다”고 뒤집어 논란이 됐다.
광고 로드중
회의 내용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북한 해안포탄이 NLL을 넘어왔을 때 대응사격 여부는 우리 군의 판단에 달린 것이니까 별개의 사안이지만, 포탄이 NLL을 넘었는지 안 넘었는지가 하루 만에 뒤바뀌는 것은 군은 물론 정부의 신뢰에 타격을 주는 일이라는 지적이 회의에서 나왔다”고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 다수의 고위 참모들은 천안함 사건의 조사결과를 놓고 국민의 30% 정도가 정부의 조사결과를 불신하는 현실을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천안함 폭침사건이 ‘북한 소행’이라는 본질은 온데간데없고 군의 대국민 설명이 오락가락하면서 본 피해가 너무 컸다”며 군의 구태의연한 태도를 비판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통상 수석비서관회의 때는 다른 수석의 업무영역에 대해 적극적인 의견 개진이 많지 않지만 오늘만큼은 수석비서관들이 한목소리로 이 사안을 걱정했다”고 말했다.
김승련 기자 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