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IA서 한화 이적 첫 홈런… 부활 서막 알린 장성호
한화의 오렌지색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장성호가 이렇게 말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지난해 시즌 후 KIA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유계약선수(FA)를 선언했다 갈등을 겪으며 제대로 훈련을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이적이 성사됐지만 7월까지 극심한 타격 부진을 겪었다. 7개월 동안의 마음고생과 훈련 부족 탓이다. 장성호는 현재 몸 상태에 대해서도 단호히 말한다. “아직도 제 스윙이 안 나오고 있어요.”
그랬던 그가 8월 들어 확 달라졌다. 21타수 6안타를 치며 타격감을 끌어올리더니, 지난주 두 번이나 승부를 결정짓는 한 방을 터뜨렸다. ‘3번 타자’ 역할을 해내기 시작한 것이다. 한대화 감독도 “역시 베테랑이다. 장성호가 살아나면 최진행-김태완의 무게감도 배가 된다”며 장성호의 선전에 한껏 고무된 반응이다.
1996년 해태에 입단해 15시즌째 프로 무대를 누비고 있는 장성호는 올해 서른셋이다. 선배 양준혁의 은퇴를 보며 많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나이. 그는 “양준혁 선배의 안타 기록(2318개)은 꼭 제가 깨야겠다고 결심했다. 내년부터 4년간 죽어라 하면 근접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조심스럽게 포부를 밝혔다. 10일 현재 장성호는 1775개의 안타를 기록 중이다. 양준혁과는 543개 차.
사막을 힘겹게 건너 오아시스에 당도한 장성호가 한화에 희망의 씨앗을 뿌릴 수 있을까. “올해는 정말 뭔가를 보여드릴 수 있는 힘이 없었어요. 팬들께 너무 죄송했어요. 하지만 내년엔 정말 크게 한 건 할 겁니다. 한화가 2년 안에 꼭 4강권에 들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서는 그의 유니폼 등판에는 해태(KIA의 전신) 시절부터 간직한 등번호 1번이 선명했다.
대전=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