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광래와 윤빛가람의 ‘황태자 인연’
11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16강 진출 기념 한국 대 나이지리아 경기에서 전반 한국 윤빛가람이 나이지리아 다니엘 시투으리 수비를 뚫고 선취골을 성공시킨 후 환호하고 있다. 수원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2007년 U-17 월드컵 에이스로 주목
“K리그 재미없다” 말실수 해 큰 고통
2010년 조광래 품에 … 신인왕 후보윤빛가람(20·경남FC)이 조광래 호의 새로운 황태자로 떠올랐다.
A매치 데뷔전에서 데뷔 골을 터뜨리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오른쪽에서 최효진의 드로우 인을 받아 절묘한 오른발 트래핑으로 상대 수비수를 제친 뒤 날린 강력한 오른발 슛이 상대 골키퍼를 뚫었다. 슛을 하기에는 다소 힘든 각도였지만 딱 공하나 통과할 만한 틈을 그는 놓치지 않았다.
●조광래 만나 꽃핀 인생
윤빛가람은 소속팀 경남FC에서 조광래 감독의 전폭적인 신뢰 속에 신인이지만 많은 경기에 출전했다.
그가 이름을 날린 지는 좀 오래 됐다.
2007년 한국에서 U-17 청소년월드컵이 열렸을 때 그는 대표팀의 에이스였다. 취재진은 온통 그에게만 몰렸다.
그러나 말 한 마디가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인터뷰에서 “K리그는 재미없어서 안 본다”고 무심코 한 말이 대서특필되며 팬들로부터 갖은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심리적으로 위축된 그는 대회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고 한국도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그는 조 감독을 만나 부활했다. 조 감독은 “기술이 뛰어나고 재능이 좋다”며 과감하게 올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그를 뽑았고 K리그 무대를 통해 예전의 천재성을 되살려냈다.
●A매치서 장기 유감없이 발휘
10일 파주 NFC 훈련 미니게임에서 윤빛가람이 주전을 상징하는 노란색 조끼를 입고 기성용의 파트너로 중원에 포진하자 취재진이 술렁였다.
전격 조광래호에 승선하며 많은 주목을 받았지만 곧바로 주전으로 발탁된 건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그러나 조 감독의 눈은 정확했다.
윤빛가람은 나이지리아 전에서 기성용과 함께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득점 말고도 여러 차례 날카로운 패스와 드리블로 공격의 물꼬를 텄다. 최효진의 두 번째 골 역시 윤빛가람의 패스가 박지성에 이어 최효진에게 전달됐다.
최진한 FC서울 2군 감독은 “기성용이 정확한 롱 패스가 특기라면 윤빛가람은 날카로운 쇼트 패스에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오늘 그의 재능을 유감없이 보여줬고 조광래 감독이 추구하는 색깔에 가장 맞는 미드필더라는 것을 증명했다”고 평했다.
수원 |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