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첫 지휘봉을 잡은 조광래 감독이 11일 나이지리아와의 평가전에서 전반 16분 윤빛가람이 선취골을 성공시키자 벤치에서 일어나 엄지손가락을 세워 격려하고 있다. 수원 | 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그토록 꿈꾸고 기다렸던 대표팀 사령탑 데뷔 무대. 킥오프에 앞서 한국과 나이지리아 선수단이 그라운드에 들어설 때 회색빛 와이셔츠와 정장 바지 차림의 조광래 감독은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며 가장 늦게 입장했다.
천천히 벤치로 이동한 조 감독. 11일 애국가가 수원 월드컵경기장에 울려 퍼질 때에도 표정은 평온했지만 어딘가를 지켜보는 작은 눈매는 날카로웠다. 지도자로서 많은 경험과 관록 때문일까. 아니면 대표팀 사령탑으로서 첫 단추를 꿴다는 부담 탓일까. 모션은 다소 달라졌다.
92년 대우 로얄즈 감독을 시작으로 정식 사령탑에 오른 지 19년차인 조 감독은 본부석을 기준으로 ‘KOREA’ 글귀가 선명한 벤치의 맨 오른쪽에 착석해 전반 45분 대부분을 거의 앉아서 시간을 보냈다.
이렇듯 표현에 익숙치 않은 무뚝뚝한 경상도 사나이였어도 환하게 이까지 드러낸 순간이 있었으니 바로 득점 때였다. 특히, 경남에서 키운 애제자 윤빛가람이 자신과 함께 한 A매치 데뷔 무대에서 골 맛을 보자 주먹을 불끈 쥐었던 조 감독은 하프타임 직전, 최효진의 두 번째 골이 나왔을 때는 두 팔을 크게 벌리고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주변에서 (조광래) 감독님이 프로 때와는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카리스마가 장착됐다고 해야 할까. 특유의 넉살과 유머는 여전해도 첫 경기란 부담감은 좀 크신 것 같다”고 말했다.
수원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