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아테네의 타이먼’ 무대 ★★★☆ 연출 ★★★ 연기 ★★☆
자비로운 박애주의자에서 철저한 염세주의자로 변한 타이먼(홍서준·오른쪽)과 그의 친구이면서 타고난 염세주의자인 애페맨터스(장문규)가 맹렬한 독설 대결을 펼치고 있다. 사진 제공 유라시아 셰익스피어극단
역사극으로 분류되지만 우화적 성격을 갖춘 이 작품은 고대 그리스 아테네가 배경이다. 주인공은 아테네 최고의 부자 타이먼(홍서준)이다. 선의를 베풀면 언젠가 돌아올 것이라고 굳게 믿는 타이먼은 아테네 사람들에게 자신의 전 재산을 아낌없이 베풀다가 재산을 탕진한다. 하지만 그의 도움을 받았던 이 중 누구도 도우려 하지 않는다.
절망한 타이먼은 인류 전체에 저주를 퍼붓고 숲 속 동굴에서 생활하다 우연히 금광을 발견하고 다시 부자가 된다. 하지만 세상에 나가길 거부하는 타이먼은 아테네에 반감을 품고 추방된 장군 엘시바이어디스(허대욱)에게 군자금을 제공해 전쟁을 일으킨다. 급해진 아테네 시민들이 타이먼을 찾아와 애걸복걸하지만 “내가 베려는 나무가 쓰러지기 전에 달려와 목을 매고 죽는 것이 좋을 것”이란 독설만 듣는다.
2002년부터 셰익스피어 희곡 39편 전작 공연에 도전 중인 유라시아 셰익스피어극단(대표 남육현)에 의해 국내 초연되는 작품이다. 아마추어급을 벗어나지 못한 일부 배우의 연기가 거슬리지만 해외에서도 좀처럼 볼 수 없는 공연을 원작 그대로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 영문학도와 연극학도에게 일견(一見)을 권한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i: 22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극장(1만5000∼2만 원), 25∼31일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2만∼3만 원). 02-3272-23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