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애 류성룡 14대 종손 류영하 옹, 하회마을 세계문화유산 등재 소회“서애 할아버지의 큰 정신 사회 화합에 도움됐으면”
경북 안동시 풍천면 하회마을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자 누구보다 흐뭇한 사람은 마을에서 ‘하회 어른’으로 통하는 류영하 옹(85·사진)이다. 류 옹은 임진왜란 당시 영의정이었던 서애 류성룡(1542∼1607)의 14대 종손. 그는 2일 동아일보 기자에게 “600년을 한결같이 이어온 하회가 지구촌의 전통마을로 인정받은 것은 모두 조상 덕분”이라며 “어제 세계유산 등재를 기념해 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의 목에 하회탈 목걸이를 걸어줄 때 기분이 참 좋았다”고 말했다.
하회마을은 1999년 4월 영국 여왕이 방문한 것을 계기로 관광객이 급증해 세계유산 등재도 추진하는 계기가 됐다.
류 옹은 서애가 400년 전 역사적 인물로만 기억되지 말고 지금 충효의 정신을 살리는 큰인물로 다가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는 “2007년 서애 할아버지 서세(서거) 400주기 때 전국에서 많은 관심을 보여준 것도 충효 정신 덕분일 것”이라며 “할아버지의 큰마음이 우리 사회의 화합을 위해서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류 옹은 2008년 서울 종로구 운현궁에서 열린 ‘안동포 패션쇼’에 출연해 모델로 데뷔하기도 했다. 그는 “80 넘은 노인이 패션쇼에 나가는 게 어색했지만 하회와 안동이 국민에게 더 각인되도록 하고픈 마음에서였다”고 회고했다.
하회마을에는 충효당과 함께 ‘양진당(입암고택·보물 306호)’이 있다. 서애의 형 겸암 류운룡(1539∼1601)의 종택으로 풍산 류씨의 종택이다. 현재 이곳에는 종부인 김명규 씨(97)와 종손인 류상붕 씨(60)가 살고 있다. 류 씨는 세계유산 등재에 따른 마을의 변화에 대해 걱정스러운 말도 했다. 그는 “그동안에도 그랬지만 세계유산으로 돼 한편으론 관광객 때문에 주민들이 불편해지는 면이 있다”며 “정부와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좋은 대안을 고민해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