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축구 U-20 월드컵 3, 4위전 콜롬비아 1-0 눌러 4강전 패배 악몽 깨끗이 털고 끝까지 경기 지배
지소연(19·한양여대)은 역시 한국 여자축구의 에이스였다.
이날 지소연은 조별리그와 8강, 4강전에서 투 톱으로 나섰던 정혜인(현대제철) 대신 독일과의 4강전에서 후반 교체 투입됐던 권은솜(울산과학대)과 호흡을 맞췄다. 특유의 현란한 드리블과 빠른 돌파는 더욱 빛을 발했다. 지소연이 공을 잡으면 콜롬비아 수비수들은 무리한 파울을 해서라도 막느라 급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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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특유의 오밀조밀한 패스와 탄탄한 조직력으로 콜롬비아를 압도했다. 전반은 일방적인 한국의 페이스였다. 콜롬비아는 단 하나의 슈팅도 기록하지 못한 반면 한국은 8개의 슈팅(유효슈팅 5개)을 날렸다. 공 점유율도 53%로 앞섰다. 독일과의 4강전에서 다소 무거웠던 몸놀림은 찾아볼 수 없었다. 콜롬비아는 전반에만 3장의 경고를 받는 등 수비에 애를 먹었다.
후반에도 한국은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기다렸던 골은 골든볼 수상이 유력한 지소연의 발끝에서 나왔다. 후반 4분 중앙선 부근에서 권은솜이 수비수 2명 사이로 절묘하게 스루패스를 찔러줬다. 수비수들 뒤에 있던 지소연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폭발적인 돌파력으로 수비수를 제치고 공을 잡고 골대 앞으로 달려갔다. 수비수 2명이 쫓아왔고 골키퍼는 슛을 막기 위해 앞으로 달려왔다. 지소연은 서두르지 않고 침착하게 골키퍼 왼쪽으로 공을 밀어 넣으며 골망을 흔들었다. 이번 대회 8호 골. 지소연은 비록 득점왕의 꿈은 접었지만 한국 축구 역사상 첫 3위라는 위업 달성을 주도했다.
지소연은 “3위를 달성해 영광이다. 기뻐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동료들이 열심히 해줘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이게 끝이 아니라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게 안주하지 않고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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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폭등 지소연 “미국 가고 싶다”▼
김나래-문소리도 해외진출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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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팀 관계자는 “미국과 독일의 프로팀이 지소연의 영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벌써부터 해외 진출을 알아봐주겠다면서 계약을 원하는 국내 에이전트의 연락도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초 졸업을 앞둔 지소연은 11월 국내 여자 실업축구리그인 WK리그의 드래프트에 참가할 수 있지만 해외에서 뛸 가능성이 크다. 지소연은 “고교 때부터 미국 무대에 가고 싶었다. 이번 대회에서 스카우트에 관한 귀띔이 있었다”며 “미국에 가서 한국에도 훌륭한 선수가 많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골든볼 후보에 올랐던 김나래(20·여주대)와 골키퍼 문소리(20·울산과학대)의 해외 진출 가능성도 밝다. 김나래는 저돌적인 돌파와 강한 힘으로 외국 선수들과의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았다. 독일과의 4강전에서 5실점을 제외하고 5경기에서 4실점하며 빼어난 실력을 보인 문소리는 “남녀를 통틀어 해외에 진출한 골키퍼가 없는데 내가 해보고 싶다”며 해외 진출 포부를 드러내왔다.
대표팀은 4일 귀국할 예정이다. 독일로 떠날 때에는 가족 외에는 배웅을 해주는 사람이 없었지만 귀국 때는 많은 인파가 이들의 개선을 반겨줄 것으로 보인다. 사상 첫 3위에 오른 대표팀에 대한축구협회는 격려금 지급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한국 여자축구는 11월 중국 광저우 아시아경기에서 다시 한 번 신화 창조에 나선다. 성인 대표팀이 주축으로 지소연이 합류할 계획이다. 내년 독일에서 열리는 여자월드컵에는 출전하지 못한다. 5월 중국에서 열린 월드컵 예선에서 중국과 0-0으로 비긴 뒤 호주에 1-3으로 패해 본선 진출이 좌절됐다.
김동욱 기자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