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김영하 지음/272쪽·1만 원/문학동네
새 단편들은 감각에 기대지 않는다. 일상적인 얘기를 툭 던져놓는 식이다. 환상과 섞이는 작품도 있지만 별스럽게 묘사하지 않고 무심하게 얘기를 들려준다. 가령 악어에게 목소리를 빼앗긴 가수 얘기를 쓴 ‘악어’가 그렇다.
그렇지만 대개는 있을 법한 얘기다. 대학원 때 짝사랑했던 일본인 유학생과 중년이 되어 다시 만나는 여성(‘마코토’),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고 통보한 옛 연인을 납치하다시피 바다로 데리고 가는 남자(‘여행’), 아이스크림에서 기름맛이 난다고 제조업체에 항의하는 부부(‘아이스크림’)…. 원고지 10∼20장의 짧은 소설 ‘약속’에서 남자는 지나가던 여자한테서 차비로 3만 원만 꿔달라는 느닷없는 부탁을 받고 ‘바다 이야기’에선 해변을 걷던 관광객 사내가 갑자기 영화촬영 팀으로부터 엑스트라로 출연해 달라는 제안을 받는다.
작가는 단편 ‘아이스크림’에서 부부가 느꼈을 황당한 심정을 묘사하지 않은 채 고스란히 독자들에게 돌려놓는다. 수진이 옛 남자친구 한선에게 끌려가듯 여행을 갔다가 탈출하는 것으로 마치는 ‘여행’도 마찬가지다. 명쾌하게 형언하기 어려운 인물들의 감정들을 언급하기보다 던져 놓는다. 독자들이 언어라는 형식을 통하지 않고 그대로 느끼도록 한 것이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