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산벌 전투-후삼국 통일… ‘역사의 한복판’
개태사 뒤편으로 보이는 천호산. 굽이굽이 병풍을 둘러친 듯한 모습이 이색적이다. 지명훈 기자
천호산의 주요 등산로는 △황룡재(연산면 신양리)→천지봉→계룡시청 뒤편(4.3km·3시간 반) △황룡재→천지봉→개태사 뒤편(3km·2시간) △개태사(연산면 천호리)→천지봉→벌곡(3.2km·2시간) △월은사(연산면 봉정리)→천호리(노산가든 뒤편)(3.5km·2시간) 등 4가지. 첫 번째 코스를 주로 이용한다는 충남도 이홍우 농정기획계장은 “천호산은 산봉우리가 마치 의좋은 형제자매들이 나란히 키를 맞대고 있는 형상”이라며 “본격 등반에 나서면 참나무 숲 능선으로 계속되는 그 오르내림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고 정상에 오르면 서남쪽 천호리 마을 앞 호남선으로 완행열차가 지나가는 모습과 건너편의 화악리 및 송정리의 고즈넉한 마을 풍경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각 봉우리에서 논산방면으로 눈길을 돌리면 백제군의 함성이 들릴 듯하다. 계백장군의 5000결사대가 망국의 한을 안고 스러져간 황산벌 전투의 현장이 바로 이 언저리에 있다. 5만 명(김유신의 신라군) 대 5000명(계백의 백제군), 즉 10대 1의 결전이었다. 별다른 지형지물도 없는 벌판에서 이런 싸움을 벌이는 것은 자살행위였지만 계백은 다섯 번 싸워 처음 네 번을 이겼다. 계백의 동상은 부여군 군청 앞 로터리에 늠름한 모습으로 세워져 있다. 역사학자들은 “세계 어느 고도(古都)에도 패장(敗將)을 기리는 경우는 드물다. 그는 그 정도로 충절의 화신이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이 사찰에 있는 대형 철재 솥인 철확(鐵확)은 지름 3m, 높이 1m이고 두께는 3cm 내외이다. 승려들이 먹을 국을 끓이던 솥이라고 하니 그 크기로 개태사의 규모를 짐작할 만하다. 철확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전한다. 일제가 무기제작용 철을 수집하기 위해 철확을 부수려 하니 갑자기 천둥, 번개가 일고 세찬 소나기가 쏟아지면서 날이 어두워져 도망쳤다고 한다. 그때 파손된 부분이 현재 테두리에 흔적으로 남아 있다. 천호산 가까운 쪽의 누각에 보관돼 있는 것을 보니 ‘하늘이 보호했나(천호)’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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